등록 : 2007.01.29 19:16
수정 : 2007.01.2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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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새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옥 부위원장, 김지희 부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이석행 위원장, 이용식 사무총장, 김은주 부위원장, 허영구 부위원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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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치유·조직 정비 우선…무원칙 파업·교섭에 선 그어
이석행 체제 출범 앞길
지난 26일 선출된 이석행 민주노총 새 위원장은 “(정부와 경영계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겠지만, 힘이 없는 상태에서의 교섭은 구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내부의 힘을 모으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9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첫 기자회견에서 “교섭이든, 파업이든 확실하게 할 수 있을 때 책임지고 해야 한다”며 “현장 복원을 위해 3월부터 6개월 동안 ‘현장 대장정’을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을 두고 ‘온건파’로 분류해 노사정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대결적인 노사관계에도 변화를 예상하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이날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는 무원칙한 파업이나 대화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를 분명히한 셈이다.
실제 많은 민주노총 간부들은 향후 민주노총의 행보와 관련해 ‘집행부가 온건파냐, 강경파냐’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접근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정규직법 시행,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보호, 산별 노조 제도화 등 산적한 과제는 대화나 투쟁 어느 하나로 풀어낼 수 없다는 게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허영구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대화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를 테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어떤 ‘온건파’라도 강경하게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 관계 복원에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성향보다, 노동계가 반대하는 현안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더 큰 변수라는 얘기다.
대신 ‘이석행 호’는 내부 단속과 조직 정비에 최우선해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민주노총에는 현장의 무기력, 정파로 분열된 내부, 겉도는 비정규직 조직화 등 위기극복은 물론 발전을 가로막는 조직 안 문제가 깊게 뿌리내린 상태다. 이 위원장도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그가 당선과 함께 ‘현장 대장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민주노총 안에서부터 엉킨 실타래 풀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합원과 집행부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의원·임원 직선제가 원만하게 준비될 수 있도록 뜻을 모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운동 안의 정파 간 갈등을 통합과 단결로 이끌기 위해 ‘노동운동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의 별명 ‘짱돌’을 두고, 민주노총의 한 고위 간부는 노동운동가로서 이 위원장의 강직함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촌평했다. 1984년 대동중공업노조 위원장을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이 위원장이 보인 성실성은 노동계에선 두루 인정받고 있다. 광부·구두닦이 일로 노동을 배우며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리에 오른 이 위원장이 ‘좌절’에서 ‘희망’을 일군 자신의 인생처럼 민주노총에도 ‘희망’을 싹 틔울지 관심이 쏠린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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