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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6 08:26 수정 : 2007.03.06 09:49

경총 책자에 전힌 비정규직법의 허점

‘계약직 720일 고용, 한두달 쉰 뒤 다시 고용…’ 등
시행 앞둔 비정규직 허점 꼼꼼히 소개
“법률적 자문 받아 내부용으로 만들었다”
회원사 400여곳 배포…“법 취지 왜곡” 반발

올해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1월 중순 ‘2년 뒤 정규직화’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담은 공식 책자를 제작·배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경총은 이 책자에서 ‘정규직화’를 피해 갈 수 있는 여러 법률적 허점을 소개하는 등 ‘비정규직 보호’라는 법 취지를 크게 왜곡하고 있다.

경총 노동경제연구원이 펴낸 75쪽 분량의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라는 책자를 보면, 기간제법·파견법 등을 설명하면서 법 취지와 다른 법규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비정규직법의 뼈대 중 하나는 ‘계약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총은 책자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법정 사용기간(2년) 이내에서 사용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같은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한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2년에서 며칠 모자란 720여일간 고용하고, 한두 달 쉰 뒤 다시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화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총은 같은 직무에 비정규직을 최대 4년 동안 연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알려주고 있다. 책자에는 “파견근로자를 2년 사용하고 동일 직무에 사용했던 파견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2년까지 고용 가능)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소개돼 있다. 파견근로자의 경우 2년 뒤 고용의 의무는 있지만 정규직화할 의무는 없다는 법률 해석을 적용한 것이다.

경총은 이와 함께 고령자 인력활용 차원에서 55살 이상일 경우 ‘2년 뒤 정규직화’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을 이용해, 53살 근로자를 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면 이 근로자가 55살이 된 뒤에는 계속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총 책자에선 “비정규직으로 2년 뒤 정규직이 되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법의 맹점도 드러났다. 우리은행 여직원의 정규직화처럼 고용안정은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기존 정규직과 격차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고용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경총은 “사용자가 고용의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고 있어도, 고용의무 규정만으로는 이행 강제를 요구하는 소송 제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총은 “법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법률적 자문을 받아 내부용으로 만들었다”며 “서울 회원사 400여곳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경총 책자는 회원사에 지침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런 행태가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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