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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27 20:36 수정 : 2007.03.27 20:40

정규직화 하라면서 예산 안주는 정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오는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정규직 전환 대상자 결정과 7월 비정규직 법안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더기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려고 만든 정책이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정규직화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를 우려한 학교들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소속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해고문제로 노조에 도움을 요청한 학교 비정규직들이 최근 한 달 동안만 150여명에 이른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법안 되레 ‘부메랑’
“억울해요” 호소 쏟아져
노동부 “5월 예산 논의”

“어느 날 갑자기 해고라니…”=서울 성북구 ㅅ고등학교에서 11년 넘게 행정보조로 일해 온 정아무개(33)씨는 해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해고자 증언대회’에 나온 정씨는 “학교의 비정규직 동료 3명은 지난 2월 말에 이미 해고됐고, 나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라며 “정부의 비정규법안 때문에 해고를 한다니 말이 되느냐. 너무 기가 막혀 우울증세까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의 ㅇ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쪽이 ‘급식업무를 하는 조리종사원 6명 중 1명을 해고할 수밖에 없으며, 대상자는 알아서 정하라’고 해 ‘제비뽑기’로 퇴출자를 뽑았다. 또 서울, 전북, 대전, 경북 등에서도 교무·전산·과학보조 직종 통폐합에 따라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다.

류정렬 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국장은 “지난해부터 해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6천개 교육기관에서 비정규직이 1명씩만 해고가 돼도 6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정부 정책으로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없는 비정규직 보호는 공염불=정부는 지난해 8월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며, 상시 고용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사실상 정규직) 전환과 차별해소 등을 담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한 별도 예산을 전혀 책정하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경우 예산과 정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때문에 재정에 민감한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 보호가 아닌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비정규직을 해고한 ㅅ학교 교장은 “정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낸 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예산과 정원 등) 교육청의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정규직화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실무를 맡고 있는 노동부는 “무기계약 대상자가 확정돼야 예산을 책정할 수 있어, 5월에 인원이 결정되면 예산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며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와 함께 “공문을 통해 (비정규직 대량해고)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혀, 해고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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