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2 22:30
수정 : 2007.06.22 23:59
|
서울 성북구 ㅅ여고 행정실에서 1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오다 지난 1월 해고 통보를 받은 정아무개(34·여)씨가 해고에 항의하며 지난 5월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공공연맹 제공
|
학교행정실 12년 일하다 비정규직법 시행 앞두고 통보받아
수면제 먹고 혼수상태…“6달 동안 1인시위 불구 상실감 커”
다음달 1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학교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30대 여성 노동자(<한겨레> 3월28일치 10면)가 22일 자살을 시도했다.
서울 성북구 ㅅ여고 행정실에서 1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 오다 지난 1월 해고 통보를 받은 정아무개(34)씨가 이날 새벽 도봉구 쌍문동 집에서 수면제를 많이 먹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언니(37)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병원에 옮겨진 정씨는 한때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위 세척 등 치료를 받아 의식을 회복한 상태다.
정씨를 만난 민주노총 소속 공공연맹의 박진현 선전부장은 “정씨가 ‘12년 동안 일한 곳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것도 억울한데, 부당해고 소송을 내면 학교에서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해 앞길이 보이지 않아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씨가 ‘해고통보 뒤 불면증과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등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했다.
정씨의 어머니(66)는 “최근에 전화로 여러 번 살기 힘들다고 하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는 자살 시도 전인 이날 0시10분께 공공연맹의 한 간부에게 “책임감과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습니다. 주님이 보시면 아프시겠지만 이제 모든 걸 …”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공공연맹 학교비정규직지부 류정열 조직실장은 “정씨가 이달 30일로 예정된 해고 날짜가 다가오는데다 지난 1월부터 여섯 달 동안 1인 시위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자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ㅅ여고에서 12년 동안 행정실 직원으로 일해 오다가, 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1월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학교 쪽이 ‘2년 뒤 정규직화’라는 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ㅅ여고 쪽은 “정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낸 돈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예산과 정원 등) 교육청의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씨와 함께 근무한 동료 세 사람은 이미 지난 2월 말 해고됐다. 학교는 1인 시위 등으로 강하게 반발한 정씨에게는 ‘일자리를 알아보라’며 6월 말까지 해고를 연기한 상태였다.
공공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며 “비정규직을 보호하라고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삶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데도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노현웅 기자
dand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