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내부반발 확산에 `불가피한 선택' 분석
"파업계획 완전 철회" 목소리 높아질 듯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한미FTA 반대파업 계획을 부분적으로 철회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밖으로부터 드세지고 있는 국민적 비난과 조합원들의 반발을 더이상 묵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25∼27일까지 울산.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정비, 판매위원회 등이 지역별로 2시간씩 벌이기로 한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28∼29일 전국적에서 동시에 4∼6시간씩만 파업하기로 결정한 것은 외형상 파업시간을 2시간 축소한 것에 불과하지만 내용면으로 볼때 노조 집행부가 안팎의 비판여론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1987년 노조창립 이래 지침을 내리기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따랐던 조합원들이 약한 명분과 국민적 비난여론 등을 의식해 처음으로 파업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집행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은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현대차노조의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다.
전례없는 파업계획 철회는 올해 산별노조로 출범한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가 처음부터 무리수를 둔데다 예년 같으면 말없이 따르던 조합원들이 명분없는 지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빚어졌다는게 노동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미FTA 비준 반대가 노사문제와 전혀 관계 없는 정치사안인데다 ▲현대차의 경우 FTA 최대수혜업종이며 ▲이번 파업계획 수립 과정에서 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마저 실시되지 않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범국민적 비난여론, 조합내부 반발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받았다.
특히 정부는 불법정치파업에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으며 경제인단체와 협력업체,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추진위원회' 등은 국가 및 지역경제 파장을 우려해 노조잽행부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나아가 노조 홈페이지에서 불붙기 시작한 조합원들의 파업 반대 움직임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조직화되고 마침내 노조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불참'을 선언하는 사태에까지 이르자 위기의식을 느낀 집행부가 24일 예정에 없던 대책회의를 열어 파업계획을 일부 철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대차 지부내 파업반발 기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노조 자유게시판에 파업 재고와 자제를 촉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렸으며, 이것이 전현직 노조간부와 현장노동조직, 일반 조합원, 동호회의 대자보와 유인물, 서한문, 서명운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합원 동의 없는 정치파업은 안된다'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현대차지부 산하의 정비위원회(정비공장)가 전주와 아산, 남양연구소, 모비스, 판매위원회 등 6개 위원회 가운데 처음으로 전 조합원이 동참하는 총파업 지침을 거부하고 노조간부 파업만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 집행부와 정면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전개됐다.
이처럼 조합원들의 반대가 홈페이지 사이버논쟁에서 대자보와 유인물 등 장외로 번지면서 조직적인 파업 불참운동으로 확산되자 집행부로서는 파업을 이대로 강행하다가 파업지침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 집행부 와해를 자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파업계획 부분 철회는 또 올해 출범한 거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첫 정치파업에 차질을 빚게됨으로써 조직의 위계와 위상이 무너지는 등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금속노조는 간판 사업장인 현대자지부를 앞세워 중앙의 지침에 기업 및 지역지부가 일사불란하게 행동으로 나설 것을 기대했으나 애초 파업명분이 약한데다 기업별, 지역별 여건이 다르면서 첫 작품이 절반의 성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현대자동차 사태는 현대차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파업계획 일부 축소 결정에 만족하는지 여부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조합원 반발기류로 볼 때 28∼29일 파업계획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울산시민들도 아예 "파업계획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다그칠 것으로 보여 집행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벌써부터 "파업계획을 축소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조합원정서와 국민적 시각, 회사와 국가경제, 동의받지 못하는 명분 등으로 볼 때 이번 파업계획을 완전히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시민들도 "금속노조가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으며,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는 충분히 정부에 전달됐다"며 "온 국민과 시민, 조합원들의 뜻을 외면하지 말고 파업을 완전히 철회해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진발 기자 sjb@yna.co.kr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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