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9 14:21
수정 : 2007.07.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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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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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승무원들이 결국 단식에 들어갔다. 벌써 파업을 시작한지 500여일 만이다. 이번 단식투쟁은 심상치가 않다. 승무원들 스스로가 이번이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을 거리에 내몬 것도 모자라, 곡기까지 끊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철도공사의 이철 사장과 노무현 정부에 있다. KTX 승무원들의 경우에는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7만명 정규직 전환 대상에도 제외되어 있다. 이미 외주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한미 FTA 협상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는 협상 이전에 결정하였기 때문에, 한미 FTA 협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미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위탁을 가장한 불법파견이라 성명을 낸 바 있으며, 전윤철 감사원장이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 형태라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이상수 노동부장관 역시 올해 1월부터 KTX 승무원은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옳다고 공언을 하였기 때문에 이번 정규직 전환 제외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 철도공사와 집중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철도공사에서는 여전히 승무원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등 몰상식한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 보호에 모범을 보일테니 민간도 따라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KTX 승무원 문제와 같이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사례가 어디 또 있단 말인가. KTX 승무원의 차별은 그 자체가 계급 차별, 여성 차별, 육체 서비스직 차별, 위장위탁 차별이다. 진정으로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에 모범을 보이려면 KTX 승무원부터 정규직 전환에 힘써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전환마저도 사실은 정규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무기계약 근로 형태는 단지 고용의 안정성만이 해결되었을 뿐, 임금 및 복지 등 근로조건 자체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KTX 승무원들이 무기계약 근로 형태를 수용할지도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부가 진정으로 KTX 승무원 파업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7만명 정규직 전환에 KTX 승무원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KTX 승무원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도 파업을 하기 전에는 세상과 싸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순수한 여동생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두려운 것은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차별과 불평등만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결말을 보여줄까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하다. 안정적인 직업과 자신들의 전문성을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아직도 참여정부라고 자임하고 싶다면 출범 초기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에 힘쓰겠다는 국정과제를 다시 한 번 상기하기 바란다.
/정란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강사)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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