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장 필수유지업무·대체근로 도입
내년부터 철도, 항공, 병원, 전기 등 이른바 공익사업장의 파업 양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나라 안팎에서 노조의 파업권을 사전에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직권중재가 없어지는 대신, 필수 유지업무와 대체 근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개정안에 불만을 나타냈고, 특히 노동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의견 조정 과정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비판 직권중재 없앴지만사용자에게 유리한 조항 많아 어떤 내용인가=정부가 10일 입법 예고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직권중재 제도 폐지를 위한 입법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겉으로는 진일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직권중재 제도를 없애고, 쟁의권을 보장한다는 애초의 입법 취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시행령을 통해 해당 사업장의 핵심 업무 거의 모두를 파업이 불가능한 필수 유지업무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곧, 사업장의 유지·운영과 관련되지 않은 주변 업무에만 파업권이 보장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파업권을 제한받는 필수 공익사업에는 항공운수와 혈액공급 등이 추가됐고, 필수 유지업무 이외 업무의 파업에 대해서도 회사 쪽의 대체 근로인력 투입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조종사노조는 합법 파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고, 철도·지하철이나 전력회사, 정유회사 등에서도 노동자들은 국지적인 소규모 파업밖에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파업을 할 수 있는 업무에서도 파업 인력의 50%까지 대체 근로를 허용해, 개정안이 확정·시행되면 파업이 거의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행령은 필수 유지업무의 유지 수준과 대상 직무 인원 등 구체적인 운용 방법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필수 유지 인력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할 것이고, 사용자 쪽은 최대한 늘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 반발=두 노총은 “조삼모사식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시행령이 항공운수와 혈액공급까지 필수 공익사업장에 추가하고 대체 근로까지 허용해 파업권을 무력화했으며, 사후 장치로 ‘긴급조정’을 그대로 유지해 3중 4중의 파업 파괴 장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도 “철도 및 도시철도, 석유 정제·공급, 항공 및 우정사업 등의 업무 전반이 필수 유지업무로 지정됐으나, 이 업무들은 대체 가능성이 커서 필수 유지업무일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두 노총 모두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는 무의미한 파업권만을 보장한” 시행령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계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의 입장만을 고려해 필수 유지업무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보장하려면 더 포괄적으로 필수업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철도공사)도 필수 유지업무에 화물 운송이 빠지고 여객 운송만 포함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조종사 파업을 겪은 바 있는 국내 항공사들은 필수 유지업무에 조종 분야 등이 포함된 것을 반겼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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