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노회찬(오른쪽부터), 천영세, 심상정, 권영길 의원 등이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 일반노조원들과 함께 팔짱을 낀 채 경찰의 강제 연행에 맞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정부, 회사쪽 입장만 대변 노조 집행부 대부분 연행
노사간 교섭 더 어려워져 “외주화 용인 비칠까 우려”
정부가 끝내 경찰을 동원해 이랜드그룹 노조의 매장 점거농성을 해산하면서 노-사, 노-정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무력화하려는 회사 쪽에 대한 제재와 압박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재계의 이해를 대변해 공권력을 집행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경찰 투입 뒤 “20일 이상 매장을 불법 점거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였다”며 “노사가 교섭을 재개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노동부의 기대와 전혀 다르다. 우선 교섭 상대인 노조 지도부가 대부분 연행됐다. 이랜드그룹은 “새로 구성되는 노조 집행부와 대화를 원한다”고 밝혀, 기존 집행부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정부의 사용자 편향적 사태 해결 방식”을 비판한 뒤 매장 점거농성, 불매운동 등을 확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의 미미한 보호 장치조차도 무력화하는 이랜드그룹을 정부가 비호했다”며 전국적 차원의 게릴라식 매장 점거농성 등 확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도 “이번 일은 기업 친화적이며 노동 배제적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부의 이런 태도는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강남 뉴코아점에서 강제 해산된 노조원들과 함께 있던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이랜드 회장 손을 들어줘 해산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늘 일로 더 많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이랜드 등 일부 기업들의 ‘비정규직법 회피’ 행태를 방관·용인해 왔다. 이랜드만 해도 오래전부터 비정규직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임의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이른바 ‘0개월 계약’ 등 법 위반 행위를 일삼았지만, 정부는 ‘솜방망이’ 대처에 그쳤다. 정부의 ‘사용자 편향 태도’는 합리적 해법 모색보다 사태의 조기 종결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노사 교섭 때마다 회사 쪽과 먼저 도저히 노조가 받아들이기 힘든 중재안을 마련한 뒤, “노조가 받아들일 것”이라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18일의 노사 교섭을 앞두고는 “(언제까지나)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수는 없다”며 경찰 투입을 내비쳐, “농성 해제 먼저”를 요구해 온 회사 편에 서 있음을 드러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불법 농성이 상당 기간 지속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매장에 납품해 생계를 이어가는 영세사업자도 500명 넘는다”며 경찰 투입을 옹호하면서, 비정규직법 관련 보완사항에 대해서는 “지금 검토 중”이라고만 한 것도 정부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정규직법 시행 직후 터진 이랜드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를 대다수 기업들은 예민하게 지켜봐 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자칫 이번 경찰 투입이 비정규직법을 피해 가려는 기업의 외주화 등을 (정부가) 용인한 것으로 해석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황보연 이정애 기자 whynot@hani.co.kr
경찰 네댓 명씩 달려들어 노조원 한 명씩 끌어내
이랜드 강제해산 표정
![]() |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연행된 노조원을 동료들이 격려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 |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상암동 홈에버 매장에 20일 오전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원들이 연행된 뒤 쉬고 있는 경찰들 뒤로 노조원들 붙여 놓은 문구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 |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에 연행된 한 노조원이 경찰 버스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노혜민 인턴기자 waiting4dadasi@empal.com
|
![]() |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대한 차별없는 고용을 요구하며 매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 공권력이 투입된 20일 오전 경찰이 진입하면 깨뜨린 대형 유리문에 붙어 있던 노조의 선전유인물이 바닥에 뒹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