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21:26
수정 : 2007.07.29 23:05
“강제해산 당해도 또 점거농성 할 것 다른 방법 있나요”
“강제해산을 당해도 우리는 수없이 또 들어올 겁니다. 무슨 방법이 우리에게 있나요?”
29일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가 경찰의 강제해산 9일 만에 다시 점거농성을 시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킴스클럽 강남점 매장 안은 찜통 같았다. 지난번 농성 때와는 달리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조합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회사 쪽이 손배소송을 제기하고 노조원들의 월급 통장까지 가압류하고 나서자,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엔시백화점 평촌점에서 일하는 조미연(21·여)씨는 “지난번 뉴코아 강남점 점거투쟁에도 참여했다”며 “한 번의 강제해산과 연행으로 우리가 겁을 먹고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끝까지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간부들은, 지난번 농성을 경찰이 강제진압 한 뒤, 더욱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이는 회사 쪽을 압박하려면 단지 파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윤송한 여성국장은 “납품업체 파견사원이 판촉을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노동자는 계산원뿐”이라며 “계산원들끼리 파업을 해도 용역업체를 고용하면 아무 소용이 없어서 점거 농성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홈에버 방학점에서 5년 동안 일한 조아무개(47·여)씨는 “(월급을 받지 못해)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 학원도 이번 달로 끊었고, 보험료를 내려고 대출까지 받았다”며 “우리한테는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회사는 자기 이익만 생각하니 다시 점거 농성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난 25일 월급명세서에 1만2천원이 찍혀 있었다고 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홈에버 면목점 조합원은 “딸아이 생각이 많이 났다”며 “큰딸이 대학 4학년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싸움에서 이겨야 제 딸 같은 아이들도 앞으로 안심하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농성장 밖에는 매장의 가게 주인들과 회사 쪽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 800여명이 “왜 불법 점거를 해 재산 피해를 주느냐”고 농성 중인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특히 매장에 입점한 업주들은 주변에 배치된 경찰들에게 “농성 노조원들을 빨리 해산시켜, 생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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