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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파업 2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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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 어떻게 "연세의료원이 거듭나는데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반대의 효능을 가진 강력한 백신으로 기능할 게 뻔하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의사를 제외한 일반 직원의 평균 임금은 4700만원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이번 파업의 본질은 디저트까지 챙겨먹겠다는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배부른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합원이 아닐 확률이 크다. 늘어나는 환자들에 의해 일선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는 계속 증가할 것이지만 그들 전부가 4700만원의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지는 못할 것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직원들과 평균을 했을 때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인데, 그것을 귀족노조의 이미지로 치환하는 것은 지나친 언어도단이다. 그리고 연세의료원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영업 이득이 충분히 발생했다면 더 요구하고 더 줄 수도 있다. 노조로서는 그 정도의 임금 인상은 가능하리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 푼이라도 더 달라는 것과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이 노사 간의 기본 입장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연세의료원에서 제시한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을 제외한 수치이다. 적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수하는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수익이 커지는 것인데도 그들을 평균임금에서 제외한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게다가 비정규직의 정식 채용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임금 총액 대비 1.7%의 별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논의의 전부였다. 중요한 것은 정식으로 채용하여 동등한 대우를 하는 것이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지훈상 연세의료원장은 "이번 파업으로 생긴 노사 간의 응어리를 풀고 병원을 정상화하는데 온 힘을 다 쏟겠다"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힙의 이후에도 계속 소송을 진행시키고 관련자들에게 인사 상의 처분을 내리는데다, 비정규직을 외면하고도 응어리가 풀리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가 분명히 가려지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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