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26 14:09
수정 : 2007.08.26 14:09
이례적 현상..6월 정치파업 때와 비숫한 분위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지부장 이상욱)내 현장노동조직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올해는 무분규로 타결해보자'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무분규 타결을 촉구한 조합원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이 같은 현상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지난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불법 정치파업을 벌일 당시 노조 홈피 게시판을 통해 정치파업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를 터져 나왔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4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제10차 본교섭에서 현대자동차는 임금 7만8천원 인상, 성과금 300% 지급, 일시금 100만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결렬을 선언,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는 등 현재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이와 관련, 이상욱 노조집행부가 소속된 현장노동조직인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을 전후해 '파업을 자제하자', '무분규로 타결해 보자'는 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임단협 중에는 노조의 공식 홈피 게시판이 모두 폐쇄되기 때문에 조합원이 현장노동조직 홈피 게시판을 찾은 것이다.
26일 '염천' 이라는 조합원이 '작년과 다른 올 한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회사 제시안에 대해 '부족하다', '동종업계 보다 높다'는 등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모두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한다"며 "올해는 제발 파업 없이 한번 가보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현대자동차를 만들어보자"고 촉구했다.
'나가요' 라는 조합원도 이날 "회사 제시안은 결렬선언하고 등 돌릴 수준이 아닌데 파업해서 얼마나 더 받아낼 수 있을까"라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조합원의 의중을 헤아려주길 기대한다. 지금은 파업할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 '성님'은 "협상을 계속 이어가야 될 줄 알았는데 마치 절차 인양 조금 못마땅하다고 즉각 결렬선언과 함께 쟁의 조정신청을 하고 쟁의결의하겠다니 불안하다"며 "우리 모두는 무쟁의를 원하고 있고 임금 손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분규를 바라며'라고 쓴 조합원은 "본교섭은 결렬 선언했지만 실무협상은 계속하기로 했다니 아직까지 무분규 타결의 희망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노사가 양보해 추석 전에 무분규 타결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현장노동조직인 실천하는 노동자회의 홈페이지에는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밝힌 이가 '제발 같이 좀 잘 살아 봅시다'라는 글을 통해 "영세업체는 파업 후유증으로 쓸쓸한 명절과 연말을 보내는데 벌써 파업하려고 하는데 제발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대차를 사랑하는 고객이라는 사람도 "협상 결렬 보도를 보고 변하지 않는 현대차 노사관계는 특단의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무리 잘 만들고 좋은 물건이라 할지라도 고객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인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고 희망했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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