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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학생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명륜동 교내 600주년기념관에 마련된 취업박람회장에서 피부 관리, 면접 이미지 관리, 타로카드 운세(위부터) 등 각종 취업 준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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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취업대비 새 풍속도
유시시로 감춰진 내면 표현하고
메이크업 컨설팅도 필수코스
“엔터테이너 뽑나” 비판 목소리
“너무 튀지 않나요? 면접 때 제출해도 괜찮을까요?”
“다소 투박하긴 해도 창의적인 시도가 돋보이는군요.”
지난 6일 오후 성균관대 서울캠퍼스 600주년기념관 5층에 마련된 취업박람회장에서 김대호(26·경영학 4)씨가 에스케이텔레콤 부스에서 취업상담을 받고 있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김씨는 지난 여름방학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면서 맞닥뜨린 낯선 풍경과 자신의 감정을 사용자손수제작물(유시시)에 담아 상담관에게 보여줬다. 그는 “자기소개서로는 알릴 수 없는 제 진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수진(24·프랑스어문 4)씨는 박람회장 한편에 마련된 메이크업 컨설팅 부스를 찾았다. 메이크업 전문가의 손길이 얼굴 구석구석에 닿을 때마다 김씨의 표정이 환해졌다. 김씨는 “전문가로부터 직접 화장을 받고 나니까 훨씬 세련돼 보이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을 밀어낸 ‘이구백’(이십대 90%가 백수)이란 유행어로 상징되는 청년실업난 속에, 남들보다 더 눈에 띄기 위한 취업 준비생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시시 이력서’는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새로운 자기 표현 수단이다. 4일부터 사흘 동안 성균관대 취업박람회장을 찾은 2500여명 가운데 5% 남짓이 유시시를 만들어 상담 때 활용한 것으로 대학 쪽은 추정했다. 오는 11일부터 취업 페스티벌을 여는 덕성여대는 취업 준비생들의 유시시 관심도를 반영해 ‘유시시존’을 만들어 즉석에서 유시시 이력서를 제작을 도와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현수 성균관대 취업상담실 과장은 “유시시 제출자를 우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유시시 열풍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유시시를 내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추세다. 학점이나 자기소개서만으로는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스케이텔레콤 정보기술팀 정용식 매니저는 “갈수록 구직자들의 능력이 상향 평준화되는 상황에서 유시시는 이들 중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메이크업 컨설팅도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스가 됐다. 유시시가 감춰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도구라면, 메이크업은 면접관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다. 고려대가 취업박람회 기간에 운영한 메이크업 부스에는 사흘 동안 1천여명의 취업 준비생이 다녀갔다. 일부에선 이런 현상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취업 준비생은 “직원 채용이 엔터테이너를 뽑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취업사이트 커리어의 이인희 대리는 “외모 지상주의에 얽매여 겉모습만으로 구직자를 판단하는 경향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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