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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4 20:46 수정 : 2007.10.14 20:46

텔레마케팅대행업체 ‘텔레퍼포먼스’의 마드리드 지사에서 텔레마케터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전화 상담 및 판촉 등 다양한 업무를 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800여명 가운데 계약직 은 64%인 500여명에 이르지만, 본인이 원하면 채용 2년 뒤 대부분 정규직이 된다. 마드리드/양상우 기자 ysw@hani.co.kr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2부 대안을 찾아서
②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유도

비정규직 30% 넘어 ‘해결 못하면 지속성장 불가능’ 인식
정부의지·여론이 ‘힘의 원천’…“재정 통한 유도엔 한계”

“높은 계약직 비중과 고용 불안은 스페인의 최대 당면 과제입니다. 이를 풀지 않고는 지속적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안정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후안 지메노 스페인중앙은행 연구부문장)

스페인의 신규 기간제 비정규직 추이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유럽연합 안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국가로 꼽히는 스페인이 지난해 7월부터 1년여 이상 ‘비정규직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스페인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많이 닮았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 중 30%가 넘는다. 한국과 엇비슷하고 유럽연합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치다. 1990년대 20%에 이른 실업률을 낮추려 도입된 ‘단기고용계약제’가 남용되며, 계약직 고용이 급증한 결과다. 특히 청년(16~30살) 노동자 가운데 계약직 비중은 55%까치 치솟았다.

“임계점에 다다른 사회 전반이 동요했고, 이는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강력한 사회 여론으로 발전했습니다.”(이그나시오 리브스 스페인응용경제연구재단 연구원·전 총리 경제자문)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해법이 ‘합리적’이어야 했다. 그 합리성은 노사의 ‘합의’에서 나온다는 게 스페인 정부의 판단이었다.

노사 협의 과정엔 갈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정부”(로베르토 산토스 스페인경영자협회 사회적협의국장)와 “노사 어느 쪽이라도 먼저 협상을 깨는 쪽을 향해 준비된 준엄한 비판 여론”(리브스 전 총리 경제자문)은 합의를 이끌어낸 ‘힘의 원천’이 됐다.


결국 지난해 5월 스페인 노사정은 △2006년 말까지 계약직을 정규직화하는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동일기업에서 2회 이상 고용계약을 맺고 24개월 이상 근무 땐 정규직 자동전환 △정규직 해고 보상금 삭감 통한 정규직 고용 확대 △불법파견 근절 및 이를 위한 근로감독관 확충 등에 합의했다.

지난해 7월 합의가 본격 시행됐지만, 일선 기업들의 반응은 둔감하기만 했다. 그러다 재정 지원 혜택 시한인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상황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선 기업들에서 ‘정규직화’가 잇따랐다. 올해 1월 말 집계 결과, 2006년 7월 이후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된 노동자는 61만8402명. 비정규직의 비중도 34.4%에서 31.8%로 줄었다. 칼데라 스페인 노동부 장관이 목표로 밝힌 ‘100만명’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스페인의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자위원회(CC.OO)의 카를로스 우리자 사무총장 보좌역은 “고용개혁은 성공”이라며 “올들어서도 신규 기간제 고용계약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30살 이하 노동자의 신규 기간제 고용계약은 지난해 2분기 102만8500여건에서 올 1분기 92만2400여건, 2분기에는 89만7700여건으로 1년새 12.74%나 감소했다.

고용개혁과 스페인 정규-비정규직 규모 변화
하지만 ‘차별없는 노동’을 위해 스페인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 보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고용개혁의 성과는 분명하다’면서도, “(앞으로의 전망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지메노 스페인중앙은행 연구부문장은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관행이 끈질긴데 비해, 정부 재정을 동원한 정규직화 유도 방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자 노동자위원회 사무총장 보좌역은 “건설 등 일부 산업부문은 고용개혁 조처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비정규직은 제조업에서 지난 1년 사이 9.8% 줄고, 전체 고용규모가 4.8% 증가한 서비스업에서도 6%나 감소했지만, 건설업에서는 12%나 늘었다.

반면 산토스 스페인경영자협회 사회적협의국장은 “추가적인 정규직 해고 규제 완화가 없으면, 추가적 비정규직 감소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야흐로 스페인 노사정은 지금 ‘비정규직 대국’의 오명을 벗으려는 제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1라운드는 나쁘지 않았다.

마드리드/글·사진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정규직 되는건 시간문제…“상급간부 95% 비정규직 출신”

아비바르 텔레퍼포먼스 인사팀장

아비바르 텔레퍼포먼스 인사팀장
“스페인과 한국의 비정규직은 서로 비교가 안되는데…”

한국만큼 비정규직이 많은 스페인이지만, 현지 한국 기업가나 교민들은 하나같이 ‘스페인에선 비정규직이 대부분 정규직으로 가는 관문이고, 정규직과 차별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말 그럴까? 지난달 25일 찾은 텔레마케팅대행업체 ‘텔레퍼포먼스’의 마드리드 지사에는 층마다 100~200명씩 모두 800여명의 직원들이 6층짜리 건물에 가득 들어 앉아 전화통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 곳의 계약직 노동자는 전체의 64%인 500여명. 스페인에서도 계약직 비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지점장인 호세 줄루에타(51)는 “업무 특성도 있지만 처음 채용할 때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뽑기 때문에 계약직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원한다면 누구나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난 인사팀장 이사벨 아비바르(33·사진)도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역을 빼고는 현재 슈퍼바이저나 코디네이터 등 상급간부의 95%가 비정규직 출신이고 80%는 텔레마케터로 입사해 승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98년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2년 뒤 정규직이 됐다고 했다.

“같이 입사한 동료가 25명이었는데 계속 일하기를 원한 사람은 100% 정규직이 됐습니다. 또 계약직과 정규직은 초임 연봉(1만1880유로·약 1533만원)이나 복리후생, 근로시간(주당 39시간)에서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아비바르는 “당사자가 원한다면 정규직이 되는 건 대부분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화를 회피하려 2년 안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사례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로선 (법이 허락하는) 정당한 해고 사유를 찾기가 대단히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설명은 스페인 노동단체 관계자나 전문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비정규직이 노동재해율도 높고 정규직과 평균 15% 정도 임금 차이가 난다”고 밝힌 카를로스 우리자 스페인노동자위원회(CC.OO) 사무총장 보좌역도 “처음엔 대부분 계약직으로 시작하지만, 일상적으로 정규직이 되는 길이 열려 있고 궁극적으로 정규직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양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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