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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츠카고불 노동자를 대상으로 독일금속노조가 '파견노동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 : 독일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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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브이브이(VVV)사에 지원하십시오. 최소 10개의 서로 다른 일자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답니다. 새로운 동료들도 언제든지 사귈 수 있구요. 게다가 당신이 이전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지역을 경험할 수도 있죠.’ 지난 9월초 독일 쾰른에서 열린 어느 채용박람회장. 한 파견회사가 구직자들에게 ‘은밀한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내민 고용계약서를 들여다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고용기간은 사업주의 마음에 달려 있으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시급은 7유로를 넘지 않는다. 일감이 10일 이상 떨어지면 바로 해고될 수 있다. 브이브이브이사는 ‘가상’의 기업이다. 독일금속노조가 벌이고 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파견노동’의 심각성을 풍자한 것이다. 요르그 바이간트 독일금속노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부 사무총장은 “노동자를 1등급과 2등급으로 구분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최근 독일노조들은 '파견노동 근절'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독일에서 파견노동은 노조 조직률이 침체되고 단체협약 적용률이 추락하는 가운데, 차별금지 제도의 각종 예외조항을 틈 타 들어온 대표적 '차별적 노동'이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제도가 법으로 명문화돼 있지만, 별도의 협약을 맺으면 손쉽게 이런 원칙을 피해갈 수 있다. 많은 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낮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종업원 평의회의 힘이 강한 곳에선 사용주를 설득해, 이런 임금의 차액을 사용사업주가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종업원평의회가 없거나 힘이 약한 곳은 속수무책이다. 한국처럼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가 발동하는 곳도 없지 않다고 한다. 요르그 바이간트 사무총장은 “지역 수준의 단체협약을 강화하거나 법적 조치를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원정경기’라면, 평의회를 활용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홈경기’”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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