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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7 20:35 수정 : 2007.11.28 07:31

삼성에스디아이(SDI)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비정규직 결의대회에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과 삼성 해고 노동자들의 우는 모습이 함께 담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낙찰가가 715만9500달러인 <행복한 눈물>은 삼성 일가가 비자금으로 구입한 작품 중 하나라고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작품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하이비트’ 비정규직 241일째 복직투쟁

“600억 그림값 우리들 333년 연봉과 맞먹어
하이비트는 삼성에스디아이 불법파견업체”

“이건희 회장이 70억원짜리 <행복의 눈물> 그림을 보며 기뻐할 때 연봉 1800만원 삼성에스디아이(SDI) 여성 해고자는 ‘고통의 피눈물’을 흘립니다.”

김경연(26)씨는 27일 아침 8시, 이렇게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 섰다. 김씨는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부산공장의 사내하청기업인 하이비트에서 휴대전화 엘시디(LCD)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난 3월 회사 폐업으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다. 김씨는 17명의 ‘언니·여동생’들과 함께 “하이비트는 삼성에스디아이의 불법파견업체”였다며 삼성을 상대로 원직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김씨 등 5명이 서울로 올라와 매일 아침·저녁 태평로 삼성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상경투쟁 12일째인 이날 김씨가 찾은 리움미술관은, 전날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으로 600억원대 고가 미술품들을 구입했다”고 말한 삼성가 여성들 가운데 하나인 홍라희씨가 관장으로 있는 곳이다. 김씨가 든 피켓에는 <행복의 눈물> 그림과 그 옆에 눈물 흘리는 하이비트 조합원 언니의 얼굴사진도 붙였다.

600억원은 원직복직 투쟁중인 이들 18명의 333년 연봉과 맞먹는 엄청난 돈이다. 그 연봉도 주야 맞교대로 12시간 내내 제대로 앉아보지도 못한 채 꼬박 일해야 받을 수 있다.

지난 3월 말 김씨 등 137명을 해고할 때 하이비트의 사장은 “물량이 없어서 삼성에스디아이와의 도급계약이 종료됐고 회사를 폐업한다”고 했다. 갑작스런 퇴직 강요에 반발해 출근을 계속했지만, 회사 간부들은 공장 앞에서 힘없는 여성 노동자들의 몸을 밀치면서 출입을 막았다.

김씨는 2000년 삼성에스디아이 협력업체인 원일전자에 입사한 뒤로 업체를 3번 옮겼다. 업체만 바뀌었을 뿐 정규직과 같이 일했다. 장비 표준관리나 장갑, 마스크 같은 소모품 지급도 모두 삼성에스디아이를 통해 이뤄졌다. 2004년부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작업공간을 칸막이로 나눴고, 관리자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반장으로 바뀌었을 뿐, 김씨와 동료들이 하는 일은 변함이 없었다.


지금 이들이 일하던 라인에는 삼성에스디아이 정규직 사원들이 그대로 들어와 일하고 있다. 물량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김씨 등은 점심 땐 삼성본관 앞으로 옮겨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이날은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손을 흔들거나 응원해주는 시민들도 생겼다. 다음달 7일 금속노조 울산지부에서 하이비트 원직복직을 위한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오늘은 이래저래 힘이 나는 날이에요.” 김씨는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행복의 웃음’ 짓게될 그날을 꿈꾸며, 다음달 4일까지 삼성본관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부산에 남은 하이비트 조합원들은 지난 12일부터 공장 앞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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