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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일용직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시 시화방조제 부근에서, 지난해 일용직으로 일하다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6일만에 일을 그만둔 시화조력발전소 공사현장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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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계기로 본 건설일용직의 현실
월급 두달 넘기기 일쑤…일제시대 관행 버젓이 적용
하루 평균 10.1시간 노동…근로계약서 작성 50%뿐
“화장실에 인분이 가득 차올라도 그대로 둡니다. 간이 화장실이 달랑 두 개뿐이고, 그 가운데 하나는 아예 문짝이 떨어져나간 상태로 방치된 적도 있었어요.”
“세면장이나 탈의실은 구경도 할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먼지로 뒤범벅이 되지만, 그런 차림새로 퇴근할 수밖에 없지요.”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 시화조력발전소 공사현장에서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짓는 현장이라지만, 노동조건은 세계 최악일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건설현장은 어디 가도 엇비슷하고 옮길 곳도 마땅치 않다’는 권아무개(50)씨는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청소를 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정식 직원도 아닌데 따진다고 할까 봐 참았다”고 말했다.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를 계기로,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인 위생시설도 갖춰지지 않은데다 근로기준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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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의 많은 일용직 노동자들은 마땅히 휴식을 취할 공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한 아파트 신축현장 일용직 노동자들이 점심을 끝낸 뒤 차가운 땅바닥에 스티로폴을 깔고 쉬고 있다. 건설노조 안산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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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각지대 130만명=2005년 말 기준으로 건설업 취업자 181만4천명 가운데 ‘노가다’라 일컫는 건설현장의 건설기능인력은 130만6천명에 이른다. 건설산업연구원의 심규범 박사가 지난해 5월 건설현장 일용직 46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78%가 작업 현장에서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6.2%는 아예 없다고 했다. 화장실이 있더라도 ‘더럽다’고 답한 일용직이 82.5%나 됐다. 휴게실이나 탈의실이 없어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67%와 61%로 높았다. 또 일용직의 70% 가량이 시공사로부터 하청을 받은 전문 건설업체를 통해 일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서를 쓴 경우도 50%에 그쳤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1시간이며, 30년 넘게 일한 경력자의 한달 급여는 228만원이었다. 안전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 비율도 20.9%나 됐다. 심 박사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고용관계가 불명확해지면서 사업주의 노무관리 대상에서 일용직들이 누락되고 있다”며 “개별 사업주가 이동이 잦은 일용직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건설산업 차원에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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