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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2 20:14 수정 : 2008.01.22 22:57

공공기관 6만7600여명 ‘무기계약직’ 전환됐다지만…

공공기관 6만7600여명 ‘무기계약직’ 전환됐다지만…

타부 발령·임금차별 여전
새 정부서 구조조정 예고
‘해고 1순위’ 신세 우려

#1. 2003년 5월 국립암센터에 취직한 뒤 6개월마다 다시 계약을 맺었던 비정규직 간호사 ㅇ(39)씨는 지난해 11월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도 잠시, ㅇ씨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형식적 절차일 뿐이라던 ‘3교대 근무 동의서’에 서명한 뒤, 곧바로 중환자실로 발령을 받았다. ㅇ씨는 “하루아침에 경험도 없고 근무조건도 맞지 않는 곳으로 발령을 낸 것은 사실상 그만두라는 얘기였다. 정규직 전환 발령을 함께 받은 동료 간호사 3명도 사직서를 냈다”며 울먹였다. 그가 일해온 외래간호사 자리에는 다시 비정규직이 채용됐다.

#2. 한국도로공사 안전순찰원 300여명도 지난해 7월 ‘현장직’이라는 새 직군으로 정규직이 됐다. 하지만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고용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업무를 외주화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공사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47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공공기관 9172곳의 비정규직 노동자 6만7600명이 정규직이 됐다. 애초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7만1861명)의 94.1%가 정규직이 된 셈이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은 미미해 ‘무늬만 정규직 전환’이란 비판이 여전하다.

노동부가 22일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밝힌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추진 현황’을 보면, 시·도 교육청이나 국·공립학교에 소속된 비정규직 4만9515명을 비롯해 중앙행정기관 6408명, 자치단체나 지방공기업 4678명, 공기업 및 산하기관 6999명 등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일부 기관은 도로공사의 경우처럼 정규직 전환과 외주화를 동시에 추진해 ‘생색내기’에만 그친데다, 정규직 전환에도 임금 등 근로조건은 종전과 같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국립대학의 경우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인상 폭이 월평균 20만원 미만인 경우가 31.8%(6038명)로 가장 많았다. 아예 임금인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28.8%(5472명)로 높게 나타났다. 대체로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기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 폭은 미미한 셈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11~12월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8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42.9%는 정규직 전환 뒤 ‘임금 및 근로관계’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정규직 전환 뒤에도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새 정부 출범 뒤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무기계약 전환자들이 해고 1순위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규직 전환 규모가 가장 큰 학교 비정규직들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 이후에도 예산 편성이 안 되면 바로 해고될 수 있도록 한 시도교육청의 지침을 적용받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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