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1.29 11:06 수정 : 2008.01.29 11:06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한겨레 블로그 ringo

공공서비스노조 연세대 분회 출범식

이제 당당한 권리 찾기를 시작한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지난 1월 26일 토요일 12시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4층 무악극장에서 미화/보완직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알리고 축하하는 출범식이 열렸다. 연세대학교 미화/보완직에 종사하는 조합원 70여명과 민주노총 공공서비스 노동조합원, 연세대 학생들, 이랜드 월드컵 분회 조합원, 민주노동당 서대문지역위원회 등 총 200여명이 이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김경순 연세대 분회장은 “연세대학교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땅의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하나로 뭉쳐 당당하고 자주적인 결의로 연세대분회 노동조합 출범을 만천하에 선언한다.”는 출범 선언문을 읽어내려 갔고 힘찬 박수가 뒤따랐다. 이어 고경실 부분회장이 “조합원들의 복지 및 신분 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을 맹세한다.”며 인사의 말을 전했다. 1부 출범식 행사가 끝나자 곧 이어 연대 단위들의 발언과 학생들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었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 건 빗자루 밖에 몰라…”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한겨레 블로그 ringo

연세대 미화/보완직 노동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원청인 연세대학교는 6개 이상의 회사에게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미화/보완직 노동자들을 충당해왔다. 대내외적으로 ‘명문 사학’임을 자청하는 연세대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확산에 앞장서고 있을 뿐 아니라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 용역 계약서와 근로 계약서를 검토해 본 결과 여러 가지 위법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학교와 회사는 용역 계약서에 “용역비의 80% 이상을 급여로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실제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급여는 140만 원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의 임금은 140만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70만 원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연 나머지 70만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여기에 기본급만 따져봤을 때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연월차 휴가를 연 15일로 규정해 두고 그 중에 공휴일 등의 휴무일을 연차 휴가로 8일 대체한다고 명시해두었다. 마땅히 휴가로 인정해 주어야 할 15일 중 절 반을 당연히 쉬게 되어 있는 공휴일로 대체하고 그 대체 한 날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당도 주지 않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주5일제 근무도 연세대 미화/보완 간접고용 비정규직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토요일에 출근 할 경우에 주어야 하는 연장 수당 역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식대나 생리 휴가 및 수당 역시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으로 위법을 자행했을 뿐 아니라 부당한 계약 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해 학교나 용역 회사는 해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노동자들에게 마땅히 주어야 하는 근로 계약서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한겨레 블로그 ringo

뿐만 아니라 용역 회사의 실장으로부터 “그런 식으로 할 거면 그만둬라”는 식의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에게 부당한 인사이동을 명령하는 일도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중간 관리자 A씨가 한 건물의 노동자에게 자신의 부인이 출석하는 교회 청소를 요구했다가 한 노동자가 허리가 불편한 것을 이유로 거절하자 바로 다른 건물로 인사이동을 명령하기도 했었다. 인사이동을 명령받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항의하자 다행히 이 인사이동은 철회되었으나 이 사건은 그간 연세대 내에서 얼마나 많은 인사이동이 부당하게 자행되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원청인 연세대학교는 일관되게 모든 책임을 회사 측에 떠넘기고 있다. 간접고용이라는 구조 하에서 학교는 미화/보완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아무 관계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 사례에서 미화/보완직 노동자들이 학교 측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으며, 매일 아침 학교 총무처 직원이 회사 관리자들을 모두 모아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각 용역회사의 부당한 행위들을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회사를 관리할 책임이 바로 이 원청인 연세대학교에 있으므로 용역회사의 관리 및 감독 부실의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보인다.

노동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자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한겨레 블로그 ringo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던 몇몇 학생들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함께 지난 2006년 9월 연세대학교 미화 노동자 실태 조사를 시작했다. 학내 미화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공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인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뜻을 함께하는 학생 여럿이 모여 지난 2007년 3월부터 비정규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모임 [살맛]을 결성하고 매주 미화 노동자 휴게실을 꾸준히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서비스 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연대가 진행되었으며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가 노조를 만들었던 고려대 분회와의 간담회도 추진되었다. 2007년 한 해 동안 연대 장터를 꾸리거나 휴게실 방문, 유인물 배포, 부당 인사이동에 대한 항의 집회 등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면서 미화 노동자들과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넓혀갔다.

그러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에 재계약시 연세대의 2/3을 관리하는 명신개발을 대신 할 새로운 업체가 선정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명신개발에 소속된 미화/보완직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와 정년 보장을 위해 집단적인 움직임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한 사람 두 사람씩 한 건물 두 건물씩 노조 가입 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학교나 중간 관리자가 알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지만 조합원이 30명, 50명, 70명으로 늘어나자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씩 당당히 학교 내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이 모임의 결실이 지난 1월 26일 토요일 연세대 분회 출범식으로 맺어졌다.

조합원들은 “이제 부터가 시작이다”고 말한다. 노조 설립은 이제 작은 발걸음 하나를 뗀 것뿐이다. 새로 입찰될 회사가 한 개가 될지 두 개가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라는 건 임금 인상 이런 거 보다 내가 아플 때 까지 계속 일할 수 있는 것 뿐이야”라는 한 조합원의 말처럼 일단은 2월에 새로 입찰될 회사와 고용 승계와 정년 확대를 보장받는 것이 가장 큰 일이다. 일단 형식적으로 학교와 회사 측은 노조설립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몇몇 조합 간부만 해고하고 나머지 조합원은 고용승계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는 학교 측 관계자의 말처럼 순탄한 길은 아닐 듯하다. 나아가 6개의 회사로 쪼개져 있는 미화/보안직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도 이제 막 시작한 연세대분회의 큰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명신개발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용역 회사가 자 회사 소속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하면 바로 해고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연세대 새벽을 여는 사람들 ⓒ 한겨레 블로그 ringo

과연 미화/보완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 산들을 다 넘어갈 수 있을까? 김경순 분회장은 이렇게 답한다.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권리를 찾는 길 또한 쉬운 길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결과 연대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