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17 15:24
수정 : 2008.04.17 15:46
|
“이랜드 회장 성실한 국감 답변을”
|
민주노총 지원금도 끊겨
집회 참석 아직도 500여명
아르바이트 하며 회사맞서
“요즘 이랜드 파업 선전물을 나눠주러 나가면 시민들이 하나같이 물어요. 이랜드 문제 아직도 해결 안됐냐고요.”
홈에버 계산원 김은영(가명·40)씨는 10개월 전만 해도 “파업이 뭔지도 몰랐다.” 결혼 15년차에 중학생 아들을 둔 ‘아줌마’로서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려는 생각에 취직을 했고, 6시간 내내 화장실도 못 가면서 2년 동안 일했다. 그러던 지난해 6월 이랜드·뉴코아 노조의 파업이 시작됐고, 잇딴 매장 점거 농성과 집회에 참여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투사’가 돼 갔다. 지난해 9월 홈에버 면목점 점거 농성을 한 혐의로 얼마 전엔 벌금형 200만원에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비정규직이던 김씨는 올해 2월 무기계약직이 됐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을 한 동료들 때문에 회사가 차별시정을 하지 않으려고 발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 보장’이 됐는데도 그는 여전히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어요. ‘엄마가 싸워서 이겨야, 나도 나중에 비정규직 안 되지’라며 힘을 북돋워 준 아들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요. 이랜드가 직원을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진정어린 노사대화에 나설 때까지 싸울 겁니다.”
하지만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모두 김씨처럼 ‘다부진’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이랜드 일반 노조는 조합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었다. 한 분회 조합원 10명이 “집단으로 업무에 복귀하고 싶다”고 하자, 총회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경찰의 폭력 연행과 ‘물대포’ 진압, 갖가지 징계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싸워 왔던 이들을 흔들리게 한 것은 다름아닌 ‘돈’이었다. 파업 300일
째 끌면서 가족과 여론의 관심이 멀어진 상황도 이들을 힘들게했다.
“길어야 한 달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근엔 “이랜드라는 그룹이 너무 싫다”며 회사를 떠나는 동료도, “먹고 살 돈이 없다”며 업무에 복귀한 동료도 있다. 열 달 통틀어 50만원~150만원씩 지급된 민주노총의 생계지원금도 지난 12월부터는 중단됐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 노조 위원장은 “지금 노조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생계 문제”라며 “점거 농성으로 물게 된 벌금 수억원과 손해배상소송 청구액 수백억원도 노조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