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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쫀) 25년째 트레일러로 몰고 있는 박성준(51)씨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 주유소에서 차에 경유를 직접 넣는 모습이 주유기에 비치고 있다. 박씨는 63만4920원어치의 경유를 주유했다. (오른쪽)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화물운송시장 안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왼쪽)이 어청수 경찰청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부산/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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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구조: 화주→주선업체→운송업체→화물차
화물연대 “화물주와 직접 협상을”…화주 “차주와는 교섭못해”
주선·운송업체는 1만곳 넘어…정부 “법위반이라” 사실상 방관
‘화물연대 파업’ 해법 있나
13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은 간단하다. 고질적인 화물운송차량의 과잉 공급 및 다단계 거래 구조 위에 고유가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진 ‘생계형 파업’이다. 이 두 가지 원인을 제거하면 파업은 쉽게 풀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뚜렷한 주체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화물연대와 정부, 화주, 운송업체 간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타결의 실마리는 유류비 인하, 운송료 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정도다.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정부는 경유값이 리터당 1800원이 넘으면 초과되는 유류비의 절반을 환급해 주겠다고 했지만, 화물연대 쪽은 “리터당 1800원이면 이미 적자운영 상태인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운송료 현실화도, 화물연대 쪽은 최소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10%대를 고수하고 있다. 운송료에서 절충점을 찾는다 해도 본질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다. 기름값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에서는 언제든 다시 운송료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화물의 부피와 크기별로 기본요금을 정하는 표준요율제는 반드시 시행해야 할 제도적 개선책이긴 하나, 임금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처럼 화물 운전자들에게는 생존의 마지노선일 뿐이다. 그나마 화물업계가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린 뒤에나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채택될 공산이 크다.
운수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달 24~31일 화물운송 노동자 12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당장의 경유값 인하나 운송료 인상보다는 근본적 제도 개선을 원한다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화물연대가 가장 바라는 제도 개선은 단체교섭권을 인정받는 것이다.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어야 화주와 화물차 사업자간 직거래가 가능해 복잡한 다단계 거래 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물연대 쪽은 “당장은 어렵더라도 우선 화주와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화물차주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교섭을 중재할 수 없고 단체로 화주와 직접 교섭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화주들도 “우리의 교섭 대상은 주선업체나 운송업체”라고 못박고 있다.
화물연대 쪽은 정부의 이런 태도가 화주와 운송업체 쪽을 편드는 편향된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료를 갉아먹는 다단계 물류 하도급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 수많은 대기업들이 물류 자회사 신설이나 회사 분할 등의 형태로 화물운송 주선 업체를 만드는 것을 막지 못해 되레 다단계 구조를 악화시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반독점법에 걸려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두기 어려운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노동자 자격’을 부인하면서도 2004년 업무개시명령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운송 거부가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정부가 물류 마비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판단할 경우, 업무에 복귀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운송료 협상에 나서지 않는 화주나 대형 운송업체들에 협상을 명령하는 제도는 없다.
전문가들은 개인화물운송사업의 열악한 구조 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이를 개선해야 할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한다. 송창석 황예랑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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