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일부터 파업을 벌일 예정인 민주노총 건설기계노조 대표(오른쪽)가 15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국토해양부 담당자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현장에선 “계약서조차 구경못해”
건설기계 노조 오늘 파업
계약서 의무화 작년 법개정불법 다단계 하도급 만연
정부, ‘관행’ 이유 소극 대처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분과위원회(건설기계 노조)’ 쪽의 요청으로 국토해양부는 지난 11~13일 수도권 위주로 현장 실태조사를 벌였다. 건설기계 노조는 화물연대보다 앞서 지난달 말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국토부는 건설업체가 덤프트럭 차주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를 작성하는지, 특히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권고 사항인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계약서(표준 약관)’가 적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노조 집행부 등과 함께 경기 광명 소하택지지구와 경기 판교~청계간 도로 확장공사 현장을 둘러본 국토해양부 이덕조 사무관은 “현장에 직접 가보니 건설업체와 계약서를 쓰는 덤프트럭은 1대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사무관은 “건설업체들은 모두 ‘전화나 구두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계약서같은 것은 작성한 게 없다’고 했다”고 15일 설명했다. 그 동안 건설기계 노조 쪽은 “더도 말고 표준 약관만 지켜진다면 파업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현장에서는 표준 약관은 커녕 일반적인 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관계 기관 대책회의에서 확인한 결과 현장의 60%가 계약서(표준 약관 포함)를 쓰고 있더라”고 주장해 왔다. 노조 쪽의 주장이 맞았던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건설기계관리법을 고쳐 ‘임대차 계약서에는 △건설기계 운반경비 부담자 명시 △건설기계 임대료 지급 시기·방법 명시 등 모두 6개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위반하면 건설기계 1대당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이후 건설기계 노조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전문건설협회 등과 함께 10여차례 협의를 하며 표준 약관 도입에 합의했고 지난 5월부터는 이를 권고 사항으로 시행하고 있다. 표준 약관에는 △유류비의 건설업체 부담 △어음 대신 현금 지급 △하루 8시간 근무 원칙에 초과 근무시 초과수당 지급 등이 담겨져 있다. 표준 약관대로만 계약서가 작성된다면 기름값 때문에 적자라며 파업에 나서는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현장 실태 조사에 동행했던 건설기계 노조 박상열 서울남부지부장은 “발주처인 공기업은 물론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표준 약관 같은 것이 있는지도 몰랐고, 약관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하나 복사하더라”면서 “건설협회나 건설업체 본사에나 표준 약관 시행을 요구하는 팩스가 도착했지 이게 현장까지는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운송 수입을 갉아먹는 물류산업의 다단계 구조처럼, 건설 현장에도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돼 있어 이 점도 표준 약관 도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희택 건설기계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표준 약관을 작성하려면 계약 상대방이 적어도 원청이나 하청업체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재하청업체나 재재하청업체와 계약하고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을 정리하라고 진작부터 요구했지만 정부는 ‘관행’이라며 소극적 자세였다”고 말했다. 송창석 기자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