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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19 22:28 수정 : 2008.06.19 22:35

반도체·엘시디 부품업체인 ㄷ사 평택공장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19일 정오 이 회사 정문 앞에서 하청업체 감독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인도적인 인권유린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ㄷ사 비정규직 노조 제공

“걸레질 방향 틀렸다”고 상여금 삭감
통근차·식당 이용금지 ‘인간적 모멸감’
노조, 용역업체 소장·사장 검찰 고발

월급날인 매달 10일 오후 12시20분이면 ㄷ기업 평택공장의 청소용역 아줌마들은 허겁지겁 점심밥을 입 안에 쓸어 담고, 본관 건물 2층 소장실로 불려 간다. “김○○, 이번달에 83만5450원. 어이고, 많이 받아가는데.” 5평 남짓한 소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여성 40여명은 ㄷ기업과 청소용역 도급계약을 맺은 신우종합관리 평택사업장의 청정소장 허아무개씨가 차례로 나눠주는 월급 명세서를 받아 호주머니 속에 구겨 넣는다. 이 회사에서 3년째 일한다는 60대 청소용역 ㄱ씨는 “언젠가는 내의 바람으로 명세서를 나눠줘 참기 힘든 모멸감을 느꼈지만, 이 나이에 마땅히 돈 벌이할 데도 없어 참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우종합관리와 1년씩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 여성들이 받아내야 하는 일상 속의 모멸은 이뿐이 아니다. 매일 새벽 6시께 출근하는 청소용역들은 아침 식사 때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특근 때문에 늦게 끝나도 정규직의 퇴근 버스를 타지 못한다. ㄴ씨는 “퇴근 버스는 ㄷ기업 쪽에서도 양해한 문제로 아는 데, 소장이 타지 말라고 해 택시를 탄다”고 말했다.

금전적인 피해도 있다. ㄷ씨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트집을 잡아 상여금을 깎는다”고 주장했다. 징계 사유는 업무 시간에 ‘졸았다’, ‘자리에 앉았다’, ‘동료 직원과 말다툼을 했다’ 등이다. ㅅ씨는 ‘걸레질의 방향이 틀렸다’는 이유로 75만4420원 받던 2007년 6월치 상여금을 30%(21만8200원)나 깎였다고 주장했다. 상여금이 나오는 3·6·9·12월에는 관리 직원들의 괴롭힘이 심해 10만원 안팎의 선물을 바쳐야 한다고 청소 용역들은 입을 모았다. 2005년 12월8일 출근길 통근버스 안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산재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아 입원 기간에는 월급을 받지 못했다. ㅁ씨는 “소장의 독촉으로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가 오른쪽 다리 실밥이 튿어져 한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최현기 ㄷ기업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은 “현장 소장이 비정규직들의 생사 여탈권을 쥐기 때문에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아도 참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이에 대해 “본인 확인을 거쳐 상여금 삭감 등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고 회사 차원의 인사위원회는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급 명세서가 나오면 공지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뿐 인간적 고통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조는 19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보너스 임의 삭감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등의 혐의로 허씨와 신우종합관리 사장 등 4명을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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