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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을 피해 달아나다 부상을 당한 뒤 처음으로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은 미등록 중국인 노동자 장슈와이(22)와 그의 어머니 장푸펀(46).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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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중국노동자 장슈와이 승소 판결
고용주 지시로 달아나다 추락 뇌손상
‘비슷한 고통’ 노동자 500여명에 ‘희망’
미등록 외국인노동자가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법무부의 강제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부상을 당한 것은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2특별부(재판장 김신)는 지난 20일 중국인 노동자 장슈와이(22)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장은 이미 6천만원을 넘긴 치료비는 물론 보상금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했던 사업주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관리부장을 통해 도주하도록 지시했고, 원고는 이 지시에 따라 일을 하다 피신하던 도중 재해를 당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업무 수행 중에 발생했거나 업무 때문에 발생한 사고(업무기인성),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을 것(상당인과관계) 등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인정하는 업무상재해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판단이다.
장은 2005년 3월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으나, 학교를 그만두고 다음해 2월 경남 창원의 ㅎ전자에 입사했다.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신분이었던 그는 2006년 5월2일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이 회사에 들이닥치자 건물 2층에서 에어컨 줄을 타고 달아나다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떨어져 왼쪽 팔·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뇌손상이 심해 언어장애를 갖게 됐다. 인지기능도 7~8살 어린이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을 치료하고 있는 나병천 정형외과 나병천 원장은 “다소 상태가 호전될 수는 있어도 완쾌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평생 보호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고 쪽 이정한 변호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안전조처없이 단속하다 사고를 낸 것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장을 대신해 2006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서를 냈으나 승인받지 못하자, 창원지법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월15일 패소했다.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쪽은 강제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으나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지 못해 고통받는 외국인노동자가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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