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31 10:43
수정 : 2009.01.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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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설립한 장애인 자회사 포스위드 포항사업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려 일하고 있다. 포스위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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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장애인 자회사’ 포스위드
점자 이동경로·화장실 등 “세심한 환경 불편 못느껴”
대기업들 시혜성 사업 대신 ‘제대로 된 일자리’ 제공 확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대기업 못잖은 규모의 ㄱ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던 엔지니어 박병권(48)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척추 손상이 와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고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그 뒤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이일 저일을 전전하며 10년을 보냈다. 그가 지난해 10월 대기업 계열사에 다시 취직했다. 포스코가 대기업으로는 처음 만든 장애인 자회사 ‘포스위드’ 이야기다. 박씨는 “일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좋은 환경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최근 전용 사업장 준공을 완료하고 제1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포스위드를 정식으로 출범시키며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서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 만들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소외계층에게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시혜성 사업이 아니라 일하고 돈을 버는 보람을 주는 동시에 한 사람의 당당한 ‘노동자’로 서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위드는 포스코가 100% 출자한 자회사로 포스코의 인사·노무 등 단순 사무, 사무자동화시스템 지원, 직원근무복 세탁 등을 위탁받아 하고 있다. 현재 87명의 장애인을 포함해 221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 장애인 비율이 현재 39% 수준인데 2012년까지 장애인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된다면 180명의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게 된다.
회사의 장애인 시설 수준은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활동할 수 있을 정도다. 박병권씨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이 워낙 잘 갖춰져 있어 움직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가 첫 직장인 지체장애인 이승훈(가명·29)씨도 “일반인 시설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덧붙인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장애인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세세한 데서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장애인 화장실, 점자 이동경로 등은 기본이고 장애인을 위한 운동시설과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심리 안정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포스위드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무엇보다도 장애인이 많기 때문에 “마음이 편한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에서 하는 자회사인 만큼 “일자리가 안정적이고 비전이 보인다”(임성규·가명·33)는 점도 큰 장점이다.
장애인이라고 생산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포스위드 정희종 이사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은 업무능력에서 비장애인들과 차이가 거의 없고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인들의 경우는 처음에 일을 배우는 데 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포스코 말고도 다른 계열사, 나아가 다른 회사들까지도 얼마든지 일은 아웃소싱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모회사가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것은 물론이다.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대기업은 포스코뿐이 아니다. 결식 이웃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해 주는 에스케이(SK) 행복나눔재단의 행복도시락 사업은 벌써 500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줬다. 저소득 여성 가장들을 전문 간병인으로 양성한 뒤 저소득층 환자를 돌보게 하는 교보생명 다솜이재단도 280여명의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출자해 만든 장애인 회사 무궁화전자도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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