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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 건물 앞에서 전경련의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삭감 방침을 비판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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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정부정책 ‘성토’
저임금 지속돼 빈부 격차 더욱 커질 것
기득권 솔선수범없이 세대갈등 부추겨
김아무개(28·고려대)씨는 지난 25일 ‘민망한’ 졸업식을 치렀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탓에 부모님과 함께 기념 사진 몇 장만 찍은 뒤 곧장 학교를 빠져 나왔다. 부모님 표정도 밝지 않은데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서 왠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들이 대졸 초임을 삭감하겠다고 하는데 취업도 못한 처지여서 마음이 더 무겁다”며 “붙여만 주면 군말없이 다니겠지만, 젊은 사람들한테 고통을 전담하라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민간기업이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확대’ 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당사자인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부글거리고 있다. 27일 취업전문 인터넷카페 ‘취업 뽀개기’에는 ‘초임 삭감’ 정책은 “세대 착취이자 고통 전가”라는 내용의 비판글이 이어졌다.
‘아닥아닥ㅋ’는 “이제 세대 간의 격차는 더더욱 커지고 빈부의 차도 커지겠죠. 기득권이 먼저 솔선수범하지 않고 사회 초년생들에게 짐을 지우는지 …”라는 의견을 올렸다.
‘나는될놈’은 “오바마가 임원들 연봉을 동결하고 노동계층 세금을 줄이는 것과는 정반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누리꾼 ‘shippin’은 “지금의 불황이 1~2년 사이에 끝나지 않는다면 이런 저임금 정책은 고급 인력의 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며 “근시안적 일자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정규직 장년층과 청년층 비정규직간 ‘세대 갈등’이 고착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 66개 대학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 등이 참여하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민정 대타협의 첫번째 결과물인 ‘대졸 초임 삭감’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으로 볼 수 없다”며 “고용대란 속에 고통받고 있는 젊은이들한테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문소영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기업과 가진 자의 고통분담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결국 고용확대를 명분삼아 노동자의 임금만 낮아지는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연세대 강사는 “이런 정책은 기득권을 가진 경영진과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가 세력화되지 않은 청년층에게 고통을 전담하는 전형적인 세대 갈등 및 착취”라며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당사자인 사회적 약자에 일방적으로 전담시켜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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