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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8 13:48 수정 : 2009.03.18 13:48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캠페인 로고

대형마트 계산원들의 다리혹사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가 된 때문인지 계산원들이 앉아서 일할 수 있도록 계산대에 의자를 비치하겠다는 대형마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결려도 이를 악물고 하루종일 서서 일할 수 밖에 없었던 계산원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앉아서 일하라'고 의자를 주겠다는 대형마트들의 이같은 조치에 눈물나게 고맙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어제 퇴근길 쇼핑 중에 잠깐 만나 대화를 나눠 본 어느 마트 계산원의 속내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계산대에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도 앉지도 못할 것인데 고마울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의자가 없는 게 더 속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계산원의 뜻밖의 속내에 내심 당황한 나는 “그 이유가 뭐냐”고 묻자 계산원은 마트 매장 관행적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다고 딱 잘라 말한다.

매장에서 손님이 없다고 계산원들이 의자에 쭉 앉아 있으면 손님의 입장에서 좋게 보일리 없기 때문에 항상 서서 일을 해야 한다. 고객이 없어도 언제든지 고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의자에 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매장 실무 매니저들은 수시로 매장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앉아서 근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며 간접적 눈치를 준다. 하나에서 열까지 이렇게 모든 것이 고객을 위한 분위기인데 의자가 있다고 얼씨구 좋다 덥썩 앉을 수가 있나요? “차라리 의자가 없는 게 더 낫네요”라며 말한다.

나는 계산원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의자만 무조건 들여 놓는다 해서 하루 종일 서서일하는 계산원들의 근로 인권이 다 해결 될 수가 없음을 알 수가 있었다. 계산원들에게 의자를 주라고 외치기 전에 지나칠 정도로 고객중심주의 인 대형마트의 서비스 문화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서 고객 앞에 ‘절대 친절’과 복종 속에서 바로 옆에 의자가 있어도 앉지 못하고 온종일 서서 일함으로서 오는 그녀들의 고통은 과연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그 계산원과 헤어 질수 밖에 없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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