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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맨 아래)과 비정규 노동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금천구 독산동 노보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주주총회장에 소액주주 자격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이 가로막자, 주주총회 참석장을 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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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7명 주총 참석 시도에
경찰이 막아서고 용역이 내쫓아
“나도 주주인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
매서운 꽃샘추위 바람 속에서 기륭전자 소액주주들의 외침에는 답이 없었다. 경찰 앞에서도 외치고, 회사 직원들 앞에서도 외쳤지만 이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27일 오전 서울 금천구 독산동 노보텔에서 열린 기륭전자 주주총회장에, 소액주주인 이 회사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7명은 한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과 발맞춘 회사의 합작품이었다. 경찰은 오전 8시50분께 총회장으로 향하던 이들을 호텔 앞에서 가로막았다. 이 호텔에는 금천구 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특강이 있었다. 박승용 금천경찰서장은 “주주 외에 다른 사람도 있었는데 돌발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오 시장이 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장주영 변호사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려는 걸 경찰이 막는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 시장이 나가자 철수했고, 9시10분께 소액주주들은 호텔 2층 총회장으로 갔지만, 이번엔 회사가 동원한 용역직원 10여명이 막아섰다. 박동준 기륭전자 총무이사는 “9시가 지났고, 성원이 성립돼 추가로 드나들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웅 변호사는 “주주 확인만 되면 주총장에 들여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총 참석을 저지당한 김소연(40)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어떻게 주주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막느냐”며 “구조조정을 하고 생산라인을 없앤 뒤 공장 터를 405억원에 매각해 이익만 챙기는 대주주의 이윤 놀음을 총회장에서 고발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총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5분 만에 주주총회를 끝내고 나온 한 주주는 “이익이 난 것 등에 주주들이 만족해했고 분위기는 좋았다”며 “고용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배영훈 기륭전자 대표는 “중국법인이 당기 순이익 59억원을 올려 경영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부터 시작돼 300여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잃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해고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노조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도 묵살됐다. 회사는 지난 2월 다시 직원 30여명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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