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09 21:16
수정 : 2009.04.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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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임성규 위원장(맨 왼쪽) 등 지도부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민주노총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간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와 인천지하철공사 노조,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등에게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해친다”며 투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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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민주노조운동 분열시키는 행위” 중단 요구
인천지하철공사 노조,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가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탈퇴하는 투표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조운동을 분열시키는 민주노총 탈퇴 시도를 중단하라”며 탈퇴 찬반투표 중단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560명)는 이날 총회를 소집해, 10일까지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인다. 지난달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민주노총 탈퇴 안건이 부결됐던 인천지하철공사 노조(775명)도 재투표에 들어갔다. 인천지하철 노조 쪽은 “변호사에게 ‘상급단체 변경은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조합원 5326명)는 이날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규약에서 ‘민주노총’이라고 명시된 상급단체 조항을 삭제했다. 노조 관계자는 “규약은 바꿨지만 조합원 총회 투표로 당장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서울도시철도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이때, 일부 노조 집행부의 행태는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노조 집행부가 노사화합선언을 하는 등 사용자의 구조조정 압력에 굴복해 노조 지도부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성희 인천지하철공사 노조 위원장은 “지난 투표에서 64% 조합원이 탈퇴를 지지했던 사실을 민주노총 집행부가 다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추진중인 강용규 인천국제공항 노조 위원장은 “최근 탈퇴 움직임을 (보수 언론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도 “공기업 노조로서는 민주노총에 대정부 교섭력을 기대하는데, 민주노총은 투쟁만으로 노-정 관계를 돌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노사관계를 개악하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일부 노조들이 고용을 보장받으려 하면서 탈퇴를 추진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런 탈퇴 흐름이 민주노총에는 ‘민주노조운동의 후퇴’ 등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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