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4.17 14:15
수정 : 2009.04.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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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노조 총파업 투표결과 가결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조원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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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월급’ 70만원·0원·100만원…해고되면 무얼 또 끊고 해약해야 하나
‘대량해고 칼바람’ 평택 쌍용차 공장
“한 달에 4만5천원인 미술학원비를 못 주는 게 안타까워요.”
16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15분 거리인 송탄 영광아파트에서 만난 주부 이아무개(36)씨는 유치원 미술수업을 듣게 해 달라는 딸(7)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미 그는 월 6만원인 딸의 학원과 월 3만9천원인 아들의 학습지도 끊은 상태였다.
이 가족의 사정이 어려워진 것은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가 2646명의 대규모 인력감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인력감축 이전에도 쌍용차 공장의 7년차 정규직 노동자인 남편의 월급은 1월 70만원, 2월 0원, 3월 100만원에 불과했다. 집을 마련하려고 붓던 청약적금도 지난 1월 해약했다. 이제 또 어떤 보험을 깨야 하나 고민중이다.
쌍용차는 이날부터 관리직을 시작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예고한 2646명의 인력감축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다. 평택공장 생산직의 2명 가운데 1명은 직장에서 ‘퇴출’된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15일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4%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은 “노동자 대량 학살을 막기 위해 이제 우리는 사무실에서 거리의 아스팔트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밤 생산라인은 이미 멈춘 상태고, 낮에만 가동되는 공장에서 노조 간부들은 삭발했다. 공장 내부 곳곳에는 ‘정리해고 전면전으로 맞선다’ 등 비장한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렸다. 남편을 공장에 보낸 아내들도 역시 잠을 못 이룬다. 남편이 조립부에서만 21년째 일했다는 전아무개(44)씨는 “집안 생계를 도우려고 1년 동안 공부해 간호 조무사 자격증을 지난 3월 땄지만, 이력서를 낸 4곳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며 속을 태웠다.
정규직에 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이미 ‘해고 태풍’이 몰아쳤다. 쌍용차 협력업체 12곳 가운데 장기·일시 휴업 중인 곳은 7곳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50명.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대거 포함된 ㅁ업체가 지난달 31일 폐업하면서 15명이 자동 해고됐다. 나머지 20명에게는 오는 25일자로 된 해고 통보서가 전달됐다.
평택비정규노동센터 남정수 소장은 “다음달 8일이 쌍용차의 정규직 해고 신고일인데, 해고가 본격화하면 평택에서만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5천여명이라는 최악의 해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쌍용차를 살리겠다며 ‘쌍용차 판매 로드쇼’까지 벌였던 경기도와 평택시는 아무 말이 없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멀쩡한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는 정부가 4대강에 15조원을 퍼부어 녹색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 ‘생쇼’에 노동자들의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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