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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4.24 14:26 수정 : 2009.04.24 14:37

정부보조금 노린 중소기업들 악용 곳곳서 허점
부작용 예견돼 4년전 폐지됐다 개선책 없이 부활

중기 청년인턴제 들여다보니

#1. 김수미(가명·25)씨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는 6개월 뒤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기대로 월 70만원을 받으며 버텼다. 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를 발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호텔은 김씨와 다른 동료 인턴 3명한테 정부가 지정한 중소기업 청년인턴 위탁기관에 구직 신청서를 내도록 했다. 결국 이들은 지난 2월 말 위탁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호텔에서 다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인턴 재수생 김씨의 월급은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었지만, 호텔 쪽으로서는 정부 보조금(50만원)이 생겨 인건비가 줄었다.

#2. 이지명(가명·26)씨는 지난 2월부터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에서 ‘중소기업 청년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정작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씨는 “회사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회사는 중소기업 청년 인턴이라는 설명도 없었고, 위탁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100만원을 조금 못 받고 있는데, 회사가 위탁기관에 얼마를 준다고 신고했는지, 정부 보조금을 얼마 받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도입한 중소기업 청년 인턴 제도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이미 인턴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청년 인턴으로 둔갑하는 등 고용 창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올 한해 청년 인턴 3만7천명을 뽑을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현재 6544명(17.7%)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중소기업들은 정규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데도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인턴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청년 인턴으로 뽑힌 이들이 금방 그만두기도 한다. 인천의 한 파이프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2월 함께 입사한 동료는 인턴 위탁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바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은 이미 예고됐다. 2005년 감사원은 정부의 ‘청년고용 증진시책’을 점검한 뒤,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고 기존 직원을 자르거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는 곳에 인턴을 기용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이 제도는 곧바로 폐지됐다.

하지만 4년 뒤 같은 제도가 개선책 없이 부활했다. 경기도의 한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시행한 지 몇 개월 안 돼 아직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지 않았지만 조금 지나면 무더기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예산을 ‘밀어내기식’으로 집행하고 있다. 한 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가 위탁기관에 돈을 떠넘기면서 예산을 조기집행했다고 생색내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올해 청년인턴 사업예산 958억원의 절반 가까이(429억원)를 이미 썼다. 지난 16일 현재 6544명이 채용돼 실제로 기업이나 구직자가 받은 돈은 최대 100억원이다. 결국 300억여원은 아직 위탁기관 150여곳에서 잠을 자고 있는 꼴이다.

위탁기관으로 간 세금이 다른 용도로 쓰일 위험도 있다. 한 위탁기관 관계자는 “위탁기관들이 별도 통장에 보관하고 있지만 노동부에서 결산은 연말에 한 번만 하는 것이므로 그 안에 다른 용도로 쓰면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위탁기관별 알선 인원이나 예산집행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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