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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금속노조 정리해고 등 분쇄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팻말을 펼치고 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 가족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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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비용 점점 커가는데
노-사 생존해법 평행선
회사 “2646명 해고” 고수…노조 무기한 파업 맞서
채권단회의도 ‘무기력’…추가출자엔 묵묵부답
정부마저도 ‘수수방관’ 쌍용자동차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 또다시 연장됐다. 22일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고영한 수석부장판사)가 사업의 계속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9월15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것을 정식으로 명령했다. 그 시한까지는 법원이 파산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쌍용차로서는 생존을 위한 또 한고비를 넘은 셈이다. 하지만 당장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날 쌍용차 노조는 경기 평택공장 문을 컨테이너로 봉쇄한 채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3천여명의 노조원이 라면과 생수를 챙기며 파업 장기화를 준비하는 동안 ‘희망퇴직자는 추후에 우선 입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회사 쪽의 퇴직권고 소식지가 흩날렸다. ■ 노·사 ‘생존법’ 견해차 채권단 등 이해관계인이 모인 이번 집회는 사실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끝났다. 채권단은 추가 출자에 대해서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우선 2646명(전체 인원의 36%) 구조조정을 회생안의 핵심으로 들고 나온 회사 쪽의 이유일 관리인은 “이미 희망퇴직 등으로 1400여명의 퇴직이 확정됐다”며 “채권단 희생을 강요하면서 채무자인 우리가 뼈를 깎는 희생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예정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의 방안대로라면 한해 2320억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정리해고 방안을 철회하고 과감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로 총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조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무기한 공장점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현재 ‘8+8 체제’(주야 8시간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를 ‘5+5 체제’(3조 2교대)로 바꾸면 사람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담보 1천억원 제공 등도 약속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 이창근 기획부장은 “5+5 체제로 바뀔 경우 임금이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여기에 담보 제공액 1천억원과 합치면 회사안 못잖은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쌍용차 모델을 찾아라 문제는 쌍용차 정상화가 시간과의 싸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영업망도 무너져 회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해 전체 적자(2274억원)보다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3개월 동안 발생한 영업적자(2337억)가 더 크다. 중단된 단체교섭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이 감당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지금 노사 양쪽이 주장하는 길도 모두 회생에 이르는 확실한 길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명기 한남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사측이 내세운 회생방안은 정리해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 등을 따지지 않은 근시안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수웅 엘아이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노조의 방법은 현재 매출 규모로 봐서 과잉상태인 인원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생기는 지속적인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사 쪽은 정리해고 이외에도 인건비 절감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노조도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에 ‘생채기’를 낼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은 피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전제 없이는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적자금 투입 등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도 개별 회사내 문제로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노사 타협의 중재에 나서 적어도 회생 기반이 무너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쌍용차 노조는 이날 파업 기자회견문에서 “쌍용차의 장기적 전망을 위한 산업 전략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쌍용차 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논의의 장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혀 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 평택/홍용덕, 김영희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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