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24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의 임시접견실에서 만나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 국내외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격의 없이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날 간담회는 잇단 비리 파문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획득한 룰라 대통령이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감색 양복 차림의 룰라 대통령이 이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시작된 이날 만남에서 이 위원장은 먼저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식량, 교육, 보건의료, 물(상하수도), 문화, 공공운수, 에너지 등은 자유무역체제에서 다뤄져야 할 상품의 영역이 아니고, 민중 권리의 영역, 사회공공성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런 방향에 브라질 정부가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룰라 대통령도 이런 이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유럽, 미국과 싸울 수는 없지만,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 민중의 권리를 보장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 그는 다자간 무역협상 등 현안과 관련해선 “한국 농민들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며 “한국의 농민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룰라 대통령은 “한국에서도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갈등이 있는 것을 안다”며 “어느 나라나 노-정 사이의 알력이 있지만 상호존중을 통해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노조와 사용자 대표가 함께 참여해 노동 관련 개혁법안을 만든 브라질의 사례를 설명하며 노사정 사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정치철학과 관련해 “브라질의 경우 좌우파 대립이 치열하지만, 선거를 통해 집권한 훌륭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때문에 혁명적 조처 대신 상호조정을 통한 정치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이 위원장은 “미국의 한반도 선제 핵공격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 노동자·민중들의 자주적 교류와 연대에 룰라 정부의 적극적 지지”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민주노총과 오랜 기간 전략적 연대관계를 맺어온 브라질 노총(CUT)의 노력과 룰라 대통령의 전격적인 수용으로 성사됐다”며 “지난해 9월 열렸던 브라질 노총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조연대회의, 그리고 민주노총의 ‘3자 전략회의’에서 브라질 노총 쪽의 제안이 계기가 됐으며 1월부터 실무협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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