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 교섭 “때 아니다” 불참
정부·경총, 비정규직 법안 노동계 의견 무시 노동계가 잇단 비리 파문으로 입지가 위축되면서, 사용자 쪽은 물론 정부까지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강경’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조는 24일, ‘불법파견 해소’를 위해 회사 쪽과 열려던 ‘특별교섭’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쪽이 ‘현대차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적 판단이 나오지도 않아 교섭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교섭에 불참해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울산공장과 아산·전주 공장 사내하청노동자 1만5천여명에 대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이에 현대차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조는 불법파견 해소를 위한 특별교섭을 사쪽에 요청했었다. 경찰도 노동자 집회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경찰은 23일, 서울 대학로에서 청와대까지 ‘인간적으로 살 권리’를 요구하며 3보1배 행진을 하려던 울산건설플랜트 노조원 580여명을 이례적으로 전원 강제연행했다. 경찰은 이틀 동안이나 조사를 벌인 뒤 상당수를 불구속 입건하고 24일 밤늦게서야 풀어줬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신고되지 않은 불법집회”라고 밝혔으나, 민주노총은 “건설플랜트노조의 상급노조인 건설운송연맹에서 신고를 마친 지극히 평화적 집회를 경찰이 폭력으로 해산시키고 조합원들을 강제연행했다”고 반발했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두달여 동안 파업과 농성·시위를 벌여왔지만, 단 한 차례의 교섭도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노조원 39명을 구속·수배하고 130명을 불구속입건했으며 200여명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노사정이 첨예하게 의견 차이를 보여온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서도 정부·여당과 재계는 노동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21개 주요기업 노무인사 담당 임원들은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재로 긴급회동을 하고 “노동계가 정규직 고용의 유연성 문제를 함께 다루지 않는 한, 더 이상 비정규직 법안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했다. 정부·여당도 최근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계 비리 파문을 협상이나 대응에 활용하려는 것은 노사정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잇단 노조 비리를 ‘노조’를 약화시키는 계기나 구실로 삼으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노조의 사회적 구실을 생각할 때 건강한 노조를 만드는 데 사회적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선, 노조가 사용자와 정부의 견제세력이 돼야 한다”며 “노동계의 입지 축소를 이용해 노동 현안을 사용자나 정부의 이해에 맞게 처리하려는 시도는, 당장의 노사정 대화를 표류하게 하는 것은 물론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양상우 기자 y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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