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일자리 대책] MB 고용정책 긴급점금 ③
올 채용규모 7만7천여명…정규직 멀고 허드렛일 지쳐
사전교육·취업과정 연계 등 ‘단기처방’ 제도 보완을
“올 연말이면 인턴기간이 끝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죠.”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이아무개(25)씨는 공기업 인턴으로 ‘직행’했다. 공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면 정규직 채용 때 가산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턴 입사 뒤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원 축소 방침으로 신규 채용이 당분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인턴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인턴들은 불안하다. 인턴 기간은 끝나가는데, 그 뒤 정식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한 탓이다. 인턴 우수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들도 간혹 있지만 이는 가물에 콩나듯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아 올해 하반기 민간기업의 채용규모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뿐이다. 공기업의 경우엔 신규 채용 자체가 확 줄었다.
정부는 경기침체에 따른 청년실업을 최소화하려고 올해초 인턴제도를 들고 나왔다. 행정인턴, 중소기업 청년인턴, 학습보조 인턴, 대기업 인턴, 금융권 인턴 등 유형도 다양하다. 전체 채용 규모는 7만7000여명에 이른다. 인턴제도는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지만, 청년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인턴 정책’은 워낙 조급하게 시행하다보니 곳곳에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충북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하는 김효주(가명·24)씨는 “인턴 첫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다”며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복사도 하고 엑셀 등 문서작업도 하는데 앉아서 책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미처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인턴을 받은 터라 지자체마다 적합한 직무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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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성공적인 인턴 운용 사례도 있다. 엘지그룹은 올해 뽑은 인턴 680명 가운데 80%인 55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은 최근 40명의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가스안전공사 역시 42명의 인턴을 연말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정규직 전환 사례는 전체 인턴 가운데 극히 일부다. 전문가들은 인턴제도의 체계화를 강조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 연구위원은 “인턴의 종류가 많고 동일한 인턴이라도 운영 기관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며 “인턴 제도가 단기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각 분야에서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족도가 높은 중앙부처는 행정 시스템을 배울 수 있는 실무 연수의 기회를 주고, 대민봉사가 중심인 지자체 행정인턴은 고졸 미취업자 등 취약계층이 활용하도록 할 수 있다”며 “공기업의 경우는 인턴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취업 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은행이나 기업 등 민간기업들은 인턴이 또하나의 채용 과정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인턴을 강요하는 대신 자율로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김종진 연구실장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모두 인턴에 대한 사전 교육 없이 담당 부서에 교육을 맡기는 곳이 많다”며 “인턴에게 전공과 연결된 교육을 시키고 이를 위해 사전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인턴 제도가 일자리 창출 역할을 못하거나 디딤돌 역할을 못해 공공기관이 실직 청년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프랑스의 ‘청년층 고용계약’ 처럼 실질적인 대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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