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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을 알리는 선거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세번째부터),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 오병욱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관계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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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조 ‘쌍두마차’ 확보
조합원 규모 한국노총과 대등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민주공무원노동조합(민공노),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이 22일 세 노조의 통합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가입을 결정함에 따라, 노-정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의 잇단 엄포와 사실상의 방해 행위에도 불구하고, 세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선택하면서 민주노총은 케이티(KT)노조 등 산하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입은 상처를 치유할 계기를 마련했다.
■ 힘 얻은 민주노총 이날 3개 공무원노조의 가입 결정으로 민주노총은 공공부문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통합공무원노조라는 ‘쌍두마차’를 거느리게 됐다. 전공노가 이미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긴 하지만, 단일 공무원노조로는 최대 규모인 통합공무원노조가 갖는 잠재역량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거는 기대도 크다.
통합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도 지난 21일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사회복지제도 등을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 편의대로 만들었다”며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은 공공부문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에 힘을 보탤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민주노총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지하철노조 등이 소속된 공공운수연맹을 모두 아우르며 공공부문을 대변하는 조직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6만여명의 새 조합원을 받아들인 민주노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도 대등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 통합공무원노조 쪽은 전남과 경북 등 지역의 독립 공무원노조들이 합류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혀,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노동부 통계를 보면,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65만8000여명이지만, 최근 케이티노조 등의 탈퇴로 현재 조합원 수는 62만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노총의 조합원은 72만5000여명이다.
지금까지 관례에 비춰 보면, 규모가 큰 노총은 그만큼 정부가 구성하는 노동위원회나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더 많은 근로자 위원을 참여시키고 공익위원을 선정하는 데에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노동자 대중이 민주노총을 선택했고, 각종 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공무원노조 힘쓸 수 있을까? 하지만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투쟁 대열에서 ‘주전 공격수’로 곧바로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법이라는 별도 법률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온건·합리 노선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무원노조법은 공무원노조가 “파업·태업,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어떤 형태의 단체행동도 금지돼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확정된 뒤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노총 소속 통합공무원노조가 정부의 대화 상대로 적절한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행안부는 이번 투표 기간 중 위법 행위에 대해 이미 사례를 수집했고,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해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무원노조가 정치활동에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 선진화와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노동계가 올 하반기에 공공부문에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특히 민주노총이 여는 반정부 집회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할 경우 불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등을 강령으로 두고 있지만, 공무원노조는 정치활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완 정유경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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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실시 이틀째인 22일 전국민주공무원노조의 한 조합원이 서울 성동구 마장동 노조 사무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무실 벽에 ‘정권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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