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에 맞서기 위해서 민주노총 가입은 당연한 결정이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두고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 위원장은 지난 25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노총 가입은) 합법적인 일이고,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펴고 있는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공무원의 정치 참여 논란과 관련해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집단적으로 하게 되면 파면이나 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정치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강령으로 내걸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선거에 출마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업무에서는 중립성을 유지하며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개인의 정치적 권리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부의 ‘투표 방해’와 관련해 “공무원들 사이에 ‘정부가 미쳤다’거나 ‘행안부가 투표율을 높였다’는 말이 떠돈다”며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좀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데, (행안부의 방해 행위에) 크게 분노해 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노동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민주노총 보수화 기여 우려’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저력 있는 조직”이라며 “공무원 10만명 들어갔다고 해서 민주노총의 전체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정 위원장 인터뷰 전문이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3개 공무원 노조를 통합해 공무원 통합노조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통합 움직임은 언제부터 있었나?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 취임 초반에는 (민공노와) 갈등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08년 5월께부터 통합 움직임이 있었다. 원래는 전공노, 민공노, 공노총(공무원 노동조합 총연맹)까지 포함해 통합하려 했는데 단일 노조가 아닌 연맹체 형태를 주장하는 공노총과 통합은 무산됐고, 전공노와 민공노, 그리고 법원노조만 통합한 것이다.
-통합이 필요한 이유가 있나?
=노동조합은 뭉치는 게 기본이다. 조합원들도 통합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나눠져 있으니 대정부 교섭력도 떨어지고 각 지부 현장에선 우경화하는 모습도 있었다. 노조를 통합하면서 그런 분위기도 바꿀 수 있고 여러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민공노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민주노총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전공노와 민공노는 원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안에 함께 있었으나 2006년 6월 ‘공무원노조법’ 투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선갈등이 벌어져 갈라섰다.)
=우리가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2007년 6월 민공노를 창립하면서 민주노총 쪽에 계속 중앙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요구했는데 민주노총이 산별로 한 조직만 가입하게 하는 내부 규정이 있어 전공노만 민주노총 소속에 있게 된 것이다. 내부규정 문제 때문이었지 민주노총과 노선이 달랐던 것은 아니었다.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결정한 것 때문에 논란이 크다. 왜 꼭 민주노총이어야 했나?
=합법적인 일이다. 국민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당연한 결정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고 정부는 서민과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이 아닌 부자와 재벌을 위한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속이고 있지 않나. 또 반노동자 정치를 하고 있는데 민주노총만이 희생을 감수하면서 어렵게 싸우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반서민 정책에 맞서기 위해서 민주노총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노총은 그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건가?
=남의 조직에 대해 나쁜 말하기 그렇지만, 민주노총에 비했을 때 민주노조라고 보긴 어렵다.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하고 있지 않나.
-68%의 찬성률로 민주노총 가입이 결정됐다. 그런데 이 얘기는 32%의 조합원은 민주노총 가입에 반대했다는 말이다. 적지 않은 숫자인데 이를 어떻게 보나.
=어떻게 100% 다 찬성하겠나. 언론에서 자꾸 ‘(민주노총은) 폭력적이다. 도미노 탈퇴하고 있다. 성폭행 사건 있었다’고 몰아가니까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무원도 살고 국민도 사는 길은 민주노총 가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강령으로 걸고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한 강령이다. 노동자가 정치세력화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선거에 출마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문제는 정치와 관련돼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노동계급은 취약 계층이기 때문에 정치를 통해 이를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공무원법은 이런 (정치참여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 법도 바뀌어야 한다.
-공무원이 정치세력화하면 중립성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업무에 대한 중립은 갖는다. 하지만 개인적인 권리는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세력화한다고 해서 우리가 당 하나 만들어서 간다는 게 아니다. 업무에서는 공명정대하게 하고 개인의 정치적 권리는 줘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은 엄연히 민주노동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단체에 가입하는 게 문제 있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한국노총에는 체신노조 등 3만명 이상의 공무원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문제제기를 하려면 그런 것도 함께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기한 것은 집권정당으로부터 중립을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집권정당이 어디가 되었건 이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 그 의미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 되면서 정치파업이나 투쟁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만약 민주노총이 정치적인 파업이나 투쟁을 하자고 제안하면 같이 해야 한다고 보나.
=예를 들어 물 사유화 같은 경우는 공공부문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인데 국민의 삶과 관련된 문제 아닌가. 국민을 위해 물 관리 하지 않고, 재벌과 외국자본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정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자거나 촛불집회 참석하자면 어떻게 할 건가?
=파업은 현실적으로 공무원법상 우리가 할 수 없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가 할 수 있는 홍보사업은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공무원 노조가 ‘4대강 사업 반대운동’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한편, 손영태 전공노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해서 민주노총의 모든 일에 다 동참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산별노조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만큼 공무원 신분에 부담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정치투쟁에 참여하면 법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발언을 했다. 정부가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생각하나?
=이달곤 장관이 곤란한 위치에 있을 거다. 부결될 거라고 (청와대에) 보고 했을텐데…. 지자체에서 올린 보고서를 보니 다 부결될 것으로 보고했더라.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력화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투표가 성사됐고 민주노총에 가입했으니 얼마나 입장이 곤란하겠나.
-각계에서 두 가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한 쪽에선 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 산하단체로서 강경한 정치 투쟁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반면 노동계 쪽에선 민주노총이 보수화되는 데 공무원노조가 기능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기존 법의 한계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강경하게 하고 싶어도 안된다. 공무원 특성상 자기 본분을 잊을 수 없다. 전교조를 보라. 전교조 상황에 맞게 하지 않나. 극단적인 투쟁 없을 것이다.
사실 좀 보수언론에서 일부러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 왜냐면, 지난 2006년도부터 지금까지 5만명 가까이가 민노총에 남아 있다. 그간 아무 일 없었다. 왜 강경하게 싸울 것이라고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다. 노동계의 우려도 잘 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저력 있는 조직이다. 공무원 10만명 들어갔다고 해서 전체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해직자들이 노조 간부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노동부는 해직자가 활동하면 노조 인정 않겠다고 했는데.
(노동부는 핵심간부로 해직자 6명이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 전공노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직자들이 오는 12월 출범하는 통합공무원노조에서도 활동하게 된다면 같은 조치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가 법외노조가 되면 기존 단체협약이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사라진다.)
=지금 해직자가 전공노에 6명, 민공노에 2명, 총 8명이다. 이들은 복직되어야 한다. 정부가 노동조합 설립과정에서 이들을 부당해고 시켰는데 복직시켜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과 가족들을 5년 동안 고통스럽게 했다. 이제 정부가 그만해야 한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계속된다는 분석이 있다. 현행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에겐 노동 3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 ‘0.8권’ 정도 될 것이다. 기본적인 파업권도 없고 단체행동권도 없지 않나. 파업도 제대로 못한다. 이 법은 개정해야 한다. 지금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운 것도 이 법의 모호성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최소한 개선 움직임이라도 있었는데 이명박 정권에서는 아예 이런 움직임조차 사라져버렸다.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9월26일 대의원대회에서 규약을 확정하고 통합노조 지도부 선거일정도 정한다. 12월 전에 위원장과 사무처장 선거를 완료할 것이다. 어쨌든 올해 안에 통합공무원노조의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다. 지금은 전공노, 민공노, 법원노조 위원장이 통합공무원 노조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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