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6 21:35
수정 : 2005.06.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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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 의왕시 삼동 ㈜로템 전동차량 생산공장에서 이 공장 노동자 전성식(53)씨가 지난 4월 회사가 경영상 이유로 공장 폐쇄를 선언한 뒤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공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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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기름밥 먹은 삶터 이렇게 파괴하다니요”
최근 국내에서 최초로 자기부상 경전철을 개발해 화제가 됐던 경기 의왕시 삼동 ㈜로템 의왕공장. 3일 ‘공장폐쇄를 반대한다’는 구호들이 나붙은 대차 생산팀 기계반에서 만난 노동자 전성식(53)씨는 “서글프고 한편으로는 눈물이 난다”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회사가 4월 경영상의 이유로 공장 폐쇄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28살 총각으로 대우에 입사해 ‘철차’를 만들면서 ‘기름밥’ 먹기를 꼭 25년째. 충북의 한 공고를 졸업한 뒤 두 아들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내며 평생을 몸바쳐 일해온 공장은 그의 인생의 전부였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뒤 한국철도차량으로 통합됐다가 현대로 소속이 바뀐 지 4년째. 로템은 2001년 33억원, 2002년 684억원, 2003년 650억원의 흑자를 내면서 ‘철차’ 독점 생산업체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고생 끝에 온 기쁨도 잠시, 지난해부터 위기가 닥쳐왔다.
로템 관계자는 “연간 1200량의 철차 생산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수주 물량은 지난해 380량, 올해는 406량, 내년에는 460량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난해 53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이대로 가다간 2∼3년 안에 있는 자본 다 까먹고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고용승계를 전제로 전동차량 3대 생산업체의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구조조정할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과잉인력과 시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전씨 등 노동자 500여명은 4∼5월 회사와 협의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공장 폐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일부터 오명세 노조위원장이 전동차량의 시험운전 배전시설에 몸을 묶는 ‘쇠사슬 농성’에 들어갔고 노조원들도 가세했다.
로템은 공장을 폐쇄한 뒤 의왕역 앞 노른자위 8만여평의 공장 터에 아파트는 물론 현대 연구개발단지, 물류시설단지로 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전씨는 “공장의 폐쇄는 없을 것이라던 대기업이 약속을 깨고 땅 팔아 얼마나 큰 돈을 벌려고 평생 일만 알고 살아온 힘없는 노동자들의 삶터를 파괴할 수 있느냐”며 눈물을 떨궜다.
의왕/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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