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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자키 히로히사(49)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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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시간 차별 없앤 일본기업 ‘하루에’
정규직 작업시간 30분 늘려
비정규직과 퇴근시간 맞춰
경영진은 임금피크제 폐지 회사 쪽과 정규직이 조금씩 양보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 그럴듯한 그림이지만,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규직이 하나로 의견을 모아 기득권을 버린다는 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도쿄에서 매출액이 둘째로 큰 쓰레기 수거회사 ‘하루에’의 노사는 지난 16일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의 차별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전 직원 220명, 작업인력 150여명인 이 회사에서는 그동안 새벽 4시 반에 함께 일을 시작하고도 정규직은 오후 2시 반, 비정규직은 3시 반까지 일했다. 세차 등 잔업이 비정규직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모두 3시에 일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시마자키 히로히사(49·사진)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 <한겨레>와 만나 “정규직과 회사 쪽이 조금씩 양보했다”며 “서로 신뢰를 쌓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선 애초 비정규직이 2시간이나 일을 더 했다. 전임이 아닌 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일하는 시마자키 위원장은 1999년 노조를 만들 때 맨 먼저 ‘유니언숍’(전 사원 노조가입 의무제도)을 도입했다.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끌어안아야 노조가 교섭력이 커진다고 판단해서다. 그 결과 2000년 노사협상에서 비정규직의 노동시간을 우선 한 시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시간을 줄이지 못한 채 10년이 흘렀다. 비정규직의 노동시간만 그냥 한 시간 줄이면, 제때 일이 끝날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회사는 정규직이 노동시간을 30분 늘리고 비정규직은 30분을 줄일 것을 노조에 제안했다. 10년 전에는 4분의 1에 불과하던 비정규직원 수가 지금은 3분의 2로 늘어나, 이렇게 하면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 일을 제때 못 끝낼 위험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생산성을 높여 해결하자는 제안이었다. 정규직 사원들은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합은 대신 55살이 되면 임금의 20%를 깎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할 것을 회사에 거꾸로 제안했다. 당장은 정규직 2~3명만 해당되지만, 5년이 지나면 대상자가 20명으로 늘어나면서 회사에 5년간 3억엔가량 부담을 주는 조처였다. 큰 부담을 감수하고 회사가 이에 동의함으로써 마침내 문제가 해결됐다. 사실 노동시간의 차이는 회사로서도 골칫거리였던 까닭이다. 정규직은 먼저 퇴근해버리고, 비정규직은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일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로 협력도 되지 않았다.
시마자키 위원장은 “처음엔 당장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정규직들이 반대했지만, 훗날을 생각하라고 하나씩 설득해가는 동안 반대자가 두 명으로 줄었다”며 “이런 방식의 상생 노력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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