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5.04 08:21 수정 : 2010.05.04 11:53

12

“당신 차에 위험한 물건있다” 익명의 전화제보
회사부품 수십점 나와…외부 반출땐 해고될뻔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옛 현대자동차 노조) 울산공장 엔진사업부 대표 강봉진(43)씨는 지난달 2일 아침 7시45분께 울산공장 엔진변속기사업부 본관 출입문 앞 주차장에 소나타를 주차하고 조합원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도중인 아침 8시9분께 휴대전화가 울렸다. “차량 운전석 밑에 위험한 물건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냐”고 묻자 “앞으로 조심해라”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그는 즉시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052-283-××××)로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였다. 김아무개 대의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갔다. 전화의 목소리가 말한 대로 운전석 뒤쪽 바닥에 검은색 봉지 두 개가 있었다. 진짜로 위험한 물건일지 몰라서 검은색 봉지를 조심스럽게 꺼내 승용차 트렁크에 넣었다. 그리고 동료와 함께 울산 중부경찰서로 갔다. 경찰이 이 봉지 안을 확인해본 결과, 세 종류의 자동차용 인젝트 12개와 점화플러그 8개가 노조 신문에 싸여 있었다.

경찰은 곧 조사에 착수했다. 강 대표에게 걸려온 전화는 울산공장 근처 ㅇ초등학교 후문 공중전화에서 건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의 차량 안에서는 장갑 흔적만 발견됐다. 누군가 장갑을 끼고 강씨의 차량을 몰래 연 뒤 검은색 봉지를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강 대표는 “자동차 부품을 외부로 가져나가다가 해고를 당한 직원들이 있다”며 “이 사건이 일어나기 열흘 전쯤 노조 간부 1명과 조합원 1명이 전화로 ‘누군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귀띔을 해준 적이 있는데 사실인 것 같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아마도 내가 노·사 협상에서 강경해서 표적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동부경찰서는 검은색 봉지에 담긴 부품들이 여러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볼 때 여러 명이 공모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 물품을 몰래 빼돌렸다면 절도 혐의가 성립되고, 강씨 차량에 절도품을 몰래 갖다두고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면 협박 혐의가 성립된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현장조직의 한 간부는 “권위주의 시절에는 노조 간부 감금이나 심야 테러같은 일이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엔 거의 없었다”며 “노동운동가를 은밀하게 함정에 빠트려 퇴출시키려는 음모가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