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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12 19:46 수정 : 2010.05.12 19:46

“타임오프제 부숴라” 꽝꽝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타임오프 원천무효·노동탄압 분쇄·노동법 전면 재개정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타임오프제’란 글귀가 들어 있는 얼음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조 무력화”→“한도 수용” 열흘새 입장 바꾸자
금융노조 “탈퇴”…“정책연대에 눈멀어” 비판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유급 노조활동 시간(타임오프) 한도 설정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원칙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은 한국노총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노동운동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모아진다. 한국노총이 지난 11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근면위)가 결정한 타임오프 한도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노총은 지난 1일 근면위가 타임오프를 의결한 뒤 낸 성명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운동 자체를 말살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작용했다고 확신한다”며 원천 무효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원천 무효’ 주장은 별다른 사정변경 없이 열흘 만에 유효로 바뀌었다.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2년 동안 보장받기로 한 것을 두고서는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구걸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장에서 한국노총 사무총국에 파견돼 근무하는 직원 5~6명은 노사정 협의를 하루 앞둔 10일 “노동운동의 원칙을 저버리는 협상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발하며 사업장 복귀 의사를 사무총국에 전달했다. 내부에 퍼진 위기의식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셈이지만, 지도부는 끝내 합의를 강행했다. 사무총국의 한 간부는 합의 뒤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노총은 애초 근면위에 기대할 게 없으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재논의하라고 촉구해 놓고는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 등 일부 의원이 오는 17일까지 노동부에게 진전된 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한 뒤 기다리던 도중에 합의를 했다.

한국노총의 이런 갈짓자 행보는 지난해 12월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 논란 때도 불거졌다. 당시 한국노총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의 공조를 선언하며 6자 회담의 틀에서 논의하던 중 12월4일 경영계, 정부 쪽과 전격적인 합의를 발표해 민주노총의 뒤통수를 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노총의 원칙없는 행보는 결국 조직 분열로 귀결되고 있다. 타임오프와 관련해 한국노총 안에서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금융노조는 12일 30명의 지부장들이 참여한 대표자회의를 열어 한국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한국노총 안에서는 지도부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에 지나치게 매달린 것이 원칙 없는 행태의 되풀이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7년 12월 대선 당시 정책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은 이후 각종 공직에 노총 사람을 심는 데 성공했으나, 노동 관련 현안이 불거질 때 노동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키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연대 이후 한국노총은 간부 출신 강성천(비례대표)·이화수·현기환·김성태(이상 지역구)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청와대 이민우 행정관도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출신이다. 그러나 네 명의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은 타임오프 논란 때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이번 사태는 정책연대에 눈이 먼 지도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노동 기본권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한국노총이 정책연대를 파기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정치적 입지와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혹평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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