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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가명)씨 부부가 21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집에서 지난해 파업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씨 부부의 집에서 쌍용자동차 공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이지만, 김씨는 파업 이후 회사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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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년 그 후…
파업참여 이유 잘린 김씨
낮엔 세차장·밤엔 대리운전
아내도 간호조무사 일 나가
“복직 꿈…이사 안가고 살아”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미영(가명·33)씨가 출근길에 타는 버스는 평택의 쌍용자동차 공장 앞을 지나간다. 그때마다 쌍용차 직원이었던 남편 김동석(가명·35)씨가 옥쇄파업을 벌인 일이며, 자신이 가족대책위원회 회원들과 그 길을 걷고 뛰고 울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자’(비해고자)로 분류됐던 남편은, 파업에 참여했다가 결국 징계 해고됐다.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쌍용자동차의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을 볼 때는 가슴마저 저려온다. “지난해 8월 파업이 끝난 뒤 남편에게 이사 가자고 했지만, 복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그냥 살고 있어요.”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이씨는 지난 3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5년 만에 다시 간호조무사가 된 것이다. 그가 힘들어하는 건 일에 적응하는 것도, 적은 월급도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이 엄마 대신 동생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또 데리고 온다.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나 컸다. 피아노·영어 학원도 그만둔 탓에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옥쇄파업이 끝난 다음날 출근해 “기다리라”는 회사의 통보를 받았던 남편 김씨는 이후 낮에는 세차장 아르바이트, 밤에는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해고된 사람들과 함께 막노동도 했다. 이렇게 해서 아내의 손에 쥐여줄 수 있던 돈은 150만원 남짓이었다. 회사는 석 달 뒤 ‘해고’라는 징계를 내렸다. 아내가 쌍용차 작업복을 모두 버리려고 할 때, 김씨는 “그래도 한 벌은 남겨두라”고 했다. 연고도 없는 평택에서 2002년부터 지금껏 생계를 유지하고 이웃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쌍용차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노조, 해고자 실태조사
10명중 6명 “생계활동 안해”
버는 사람도 월평균 111만원
구속·손배소…사쪽 약속 어겨
22일은 쌍용차 노조원들이 1년 전 파업을 시작한 날이다. 그 파업은 77일 만에 끝났지만, 그때의 가슴 아린 기억은 김씨 부부에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씨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 기준에 따라 잘려나가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에 참가했고, 이씨는 가족대책위 활동으로 남편을 응원했다. 부부는 “살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시절”이라고 당시를 기억하지만, 무엇 하나 얻어낸 게 없는 파업은 ‘실패’의 경험이기도 했다. 이씨는 “할 수 있는 걸 다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씨는 자신의 가족대책위 활동이 빌미가 돼 남편이 해고됐다는 미안함 때문에 우울증까지 앓았다. 그렇다고 김씨 부부가 모든 걸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던 부부는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부당한 해고이기에, 이기든 지든 다시 싸워야 할 것 같다”는 김씨는 지난 3월부터 ‘쌍용차 정리해고자특별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이씨도 “원치 않던 해고라, 복직만큼은 본인의 힘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남편의 선택을 다시 한 번 지지했다. 이제 복직은 쌍용차 사태가 두 사람에게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 됐다. 쌍용차 노조가 해고자 144명 가운데 106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해고자 가운데 61.3%가 생계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는 35.8%의 월평균 수입은 111여만원이고, 그 가운데 절반은 일용직 노동자로 파악됐다. 파업이 끝난 뒤 공황장애,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이들도 절반이나 됐다. 4월 현재 한상균 전 노조 지부장을 비롯해 8명이 아직 구속 상태에 있고, 회사는 조합원 28명을 상대로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파업을 끝낼 당시 회사는 형사책임의 경우 선처를 요청하고 회생계획 인가 때 민사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 한 바 있다. 평택/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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