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5.23 18:51
수정 : 2010.05.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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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진후 위원장(앞줄 가운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성윤 위원장(앞줄 오른쪽 둘째)을 비롯한 전교조 관게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 전교조 대회의실에서 정부의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혐의관련 기소자 전원에 대한 파면 해임 중징계 방침 발표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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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보름만에 재판 열리기전 극한징계 강행
‘매관매직’ 재판중 교장은 보류 ‘형평성 논란’
감경제한도 ‘쐐기…“문제 되면 복직소송하라”
집권 첫해인 2008년, 10년 만에 부활된 일제고사를 거부하다 교사 13명이 파면·해임됐다. 이전 정부에선 문제삼지 않았던 교사 시국선언과 관련해서도 15명이 파면·해임되는 등 최근까지 모두 34명의 전교조 교사가 교단에서 내쫓겼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이유로 134명을 추가로 파면·해임하기로 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6개월 만에 무려 168명의 교사가 교직에서 쫓겨나게 됐다. 전교조 가입 사실만으로 중징계를 당했던 창립 초기(1980년대 후반)를 떠올릴 만하다.
특히 교과부는 검찰이 교사들을 기소한 지 불과 보름 만에 전국 시·도 교육청 감사담당과장 회의를 열어 무더기 중징계 결정을 내리는 등 이례적으로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확정 판결은 고사하고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징계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더욱이 교과부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표창이나 정상참작 등을 이유로 징계를 감경해줄 수 없도록 했다. 이렇게 징계 감경을 제한하는 것은 상습폭력·금품수수·성적조작·성폭행 등 이른바 ‘4대 비위’에 해당할 때뿐이어서, 이번 일을 처리하는 교과부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방선거를 2주 남짓 앞두고 교과부가 이처럼 시·도 교육청 감사당당과장 회의를 열어 징계 양정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데 대해서는, 교과부 의도대로 강력한 징계 처분을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파면·해임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기소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노동당 가입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각종 교육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현직 장학사와 교장 가운데는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징계가 내려지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당국은 지난 3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매관매직 비리’에 연루된 교장과 장학관 등에 대해선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일부만 징계했다”며 “그런데도 유독 전교조 교사들에 대해 판결도 나기 전에 기소 대상자 전원을 파면·해임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의 잘못을 비판해 온 전교조에 대한 증오심이 만들어낸 복수극이자, 6·2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이 ‘반 전교조’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징계 방침을 밝히는 것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난영 교과부 교원단체협력팀장은 “시·도 교육청 징계위원회 차원에서 처리하면 징계 수위와 일정이 들쭉날쭉해서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이번처럼 중한 사안에 대해선 협의를 통해 공통적으로 징계를 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검찰이 당원번호까지 확인하는 등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며 “나중에 증거가 부족하거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그때 가서 복직 소송 등을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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