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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란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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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노동자 인권 지킴이 이종란 노무사
법과 현실의 ‘괴리’ 느낀뒤노조탄압 반대운동 앞장서
“삼성전자, 진정성 못 느껴” 1998년 졸업을 했다. 백화점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정규직이 자리를 비운 곳에 배치돼 하루 종일 서서 물건을 팔았다. 그러다 근로기준법을 봤다. 내 노동조건과 법은 맞지 않았다. “알아야겠다”며 공부를 시작했고 그렇게 이종란(34·사진)씨는 노무사가 됐다. 이후 8년째 민주노총에서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그는 3년 전부터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에 맞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삼성과 같은 무노조 회사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경기지역일반노조에서 일하던 2004년 초 이마트 용인수지점 계산대 직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해 여름엔 아예 이마트 계산원으로 취업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노조가 만들어지자 회사는 23명의 조합원을 한명씩 불러 탈퇴를 종용했다. 끝까지 버틴 3명과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삼성가의 무노조 정책을 알았지만 설마 신세계도 그럴까 싶었어요.” 조합원들은 3년을 더 싸웠다. 그때부터 삼성과 관련된 상담이 들어오면 대부분 그의 몫이 됐다. 그러다 2007년 7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딸 유미씨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잃은 황상기(55)씨를 만났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반올림’을 만들었다. 백혈병과 반도체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하나하나 배워가며 싸웠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 황민웅씨 추모제를 열었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뭉친 반올림 식구들은 그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나요? 힘든 일이라도 해야 하는 일이면 하는 거죠.” 삼성이 그에게 직접 연락한 적은 없지만, 그는 “회유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이들과 그 가족들도 “삼성이 돈을 제시하며 산재 신청도, 시민단체와의 접촉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증언대회, 산재 신청, 국제청원운동, 항의집회 등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했지만, 산재 신청은 반려됐고 삼성은 백혈병과 작업 환경의 연관성을 계속 부인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침묵을 지키던 삼성이 사실상 첫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 삼성반도체 공장 앞 집회 신고만 하면 번번이 금지통보를 받다가, 수원지법에 낸 집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15일 승소한 것이 더 기쁘다.
그는 7월 한달 동안 반도체공장 등을 돌며 홍보도 하고 추모문화제도 여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2010 공동행동-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반올림은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 반도체 노동자가 최소 9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원/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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