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0 19:53
수정 : 2010.07.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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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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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대정부투쟁 통해 기아차 조합원들 전폭 지원
투쟁력 없다는 비판에 “기동전만큼 진지구축도 중요”
노동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20일로 9일째 곡기를 끊은 그의 손에는 ‘낫과 망치’가 아니라 작은 생수병과 죽염이 들려 있었다. 김영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계속되는 단식에 “육체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노동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유급 노조활동 시간(타임오프) 한도 제도의 시행 등과 맞서 싸우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밥 며칠 굶는 건 신문에 석 줄 낼 일도 못 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농성장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이달부터 시행된 타임오프 제도를 놓고 노조 간부의 위기의식과는 달리 조합원들의 투쟁 동력은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세간의 인식에 절반만 동의했다. 그는 “‘현장 투쟁력이 없다’,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조합원의 투쟁력이 약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낙 이 정부의 강공몰이가 지속되다 보니 “(지난해) 쌍용차만큼 싸울 게 아니라면 아예 이 정권에서는 어설프게 붙지 않는 게 낫다”는 학습효과를 조합원들이 갖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하는 민주노조 위원장이라면 총파업 성공시키고 징역 가는 것만큼 명예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면서도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다. 파업이라는 ‘기동전’을 펼칠 때가 아니라면, 중요한 게 바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긴 싸움을 내다보며 내부의 힘을 비축하는 가운데 조합원들이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을 전망을 제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은 언제나 (총파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로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진지만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타임오프 논의를 두고 정부와 경영계 그리고 노동계 사이의 전선이 형성된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에 오는 8월 대정부 투쟁의 깃발을 꽂을 방침이다. 현재 기아차 회사 쪽은 노조 사무실과 지원 차량 등의 회수에 나서면서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는 “타깃 사업장 집중 지원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 지부와 금속노조가 현장 조합원과 밀착해 타임오프 국면 돌파에 나서면, 민주노총은 정부와 경영계 등의 공중전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정권과 보수언론이 기아차를 대리전처럼 만들어갔다. 그 전선이 마치 백마고지처럼 됐다. 우리도 그 전선을 돌파해야 한다.”
동시에 그는 타임오프 싸움을 이끌고 있는 금속노조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총파업을 결의했던 금속노조는 최근 지부별 부분파업으로 돌아서며 맥빠진 모습을 보였다. 휴가철 이후 다시 한번 힘을 모을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방침 결정을 너무 쉽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금속노조에 하고 싶다”며 “어떤 방침이든 한 번 세웠으면 격렬하게 그것을 집행하려 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지켜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오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등은 김 위원장의 단식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임오프제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 변호사 121명, 법학교수 74명, 노무사 121명이 서명한 공동 성명서에서 “현재의 타임오프 제도는 노사자치 원칙과 국제기준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정부가 타임오프 고시와 매뉴얼을 철회하고 노조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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