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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소속 건설노동자 황현수(40)씨가 지난 20일 오후 경기 군포시 당동 2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공사장 타워크레인 위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군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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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아파트 건설노동자 2명 ‘타워크레인 시위’
하청업체 ‘직접고용’ 합의 깨고 공사도 포기원청업체, 고용승계 않고 대체인력 투입 시도
발주처도 ‘임금착취·부실시공 십장제’ 묵인 얼마 전 100일을 넘긴 아들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30도를 넘는 폭염과 때로 몰아치는 비바람에 심신이 지쳐간다. 건설노동자 황현수(40)씨는 지금 7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위에 있다. 동료 한 명과 함께 이 곳에 올라온 지 벌써 23일째다. 그러나 ‘직접 고용’이 아닌 이른바 ‘십장제’를 통한 불법 하도급 관행에 시달려 온 자신의 처지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자신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내려갈 수가 없다. 23일 경기 군포시 당동 엘에이치(LH)공사 아파트 건설현장엔 이따금 들리는 장비 소리 외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황씨가 올라간 타워크레인 아래로는 농성용 천막이 53일째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경찰버스 1대가 상황을 지켜봤다.황씨는 허공에 대고 “경찰이 파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원청업체가 문제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외쳤다. 이들의 농성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와 하청업체인 정박건설은 지난 5월26일 ‘불법 하도급 근절과 직접 고용’, ‘40일씩 체불되는 유보임금 기간 단축’ 등을 뼈대로 한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조인식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정박건설이 갑자기 합의를 깼다. 노조는 “원청업체인 경남기업이 ‘자금상의 문제로 본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임단협 조인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건설업계의 고질적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 똬리를 틀고 있다. ‘발주처→원청업체→하청업체→불법 팀장(십장)’으로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관행적 고용구조 가운데, 이른바 ‘십장’을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가 ‘미등록업자’(십장)에게 하도급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십장제가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부실시공 위험성을 키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공사현장에서 현실은 법과 따로 논다. 이곳 당동 건설현장 역시 발주처와 원청업체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이런 불법 관행을 따르고 있다.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 김미정 사무국장은 “원청업체는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발주처인 엘에이치공사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십장’을 통해 일을 시키는 관행을 묵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청업체인 정박건설은 원청업체의 눈치만보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마저 수용하지 않고 아예 공사를 포기해버렸다. 원청업체인 경남기업은 “정박건설이 공사를 포기했으니 노조원들은 현장 출입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또 경남기업은 새 하청업체인 수복건설을 내세워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는 현재 “원청업체가 임단협 및 고용승계에 나서 파업사태를 즉각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발주처인 엘에이치공사에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인 경남기업은 “노조가 노사합의에 개입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은 모순”이라며 “파업으로 공정에 차질을 빚어 피해가 크지만, 노조 쪽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포/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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