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4 22:31
수정 : 2010.08.0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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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위기에 놓인 후세인의 아내 김 아무개씨가 4일 오후 서울 독산동 월세방에서 육아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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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단속 걸려 강제출국될 판
“세 사람 삶 걸린 문제…제발” 호소
“법무부 장관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가 강제로 출국되면 간질에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아내는 누가 돌봅니까. 4개월 된 뱃속의 아이는 또 어떻게 하나요. 세 사람의 삶이 걸린 문제입니다.”
면회실 유리창 너머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발렐 후세인(45)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4일 오후 경기도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만난 그는 “간질이 있는 아내가 아프면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도 없다”며 “제발 한국에 남아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후세인은 1992년 1월 단기비자로 입국해 주로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5월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때 붙잡혔다. 붙들리기 직전 그의 아내 김주현(24)씨는 그에게 “배가 아프고, 토를 했다”고 알려와 병원에 함께 가기로 한 참이었다. 보호소에 갇힌 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접하고는 하루 한두 시간밖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부는 3년 전 시흥동 봉제공장에서 만났고, 2년 전부터 살림을 합쳤다. 지난 6월에는 혼인신고도 마쳤다고 한다.
아내 김씨의 상황은 실제로 딱하다. 이날 찾아간 서울 독산동 다섯 평 남짓한 반지하 월세방은 며칠 동안 청소를 안 했는지 심한 악취가 나고 작은 날벌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김씨는 “후세인이 가면…, 나도 버스 타고 방글라데시로 갈 것”이라고 말할 만큼 세상 물정에 어둡다. 후세인은 “아내가 여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오빠와 함께 자라면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은 아버지와 오빠마저 연락이 거의 끊겼다. 후세인이 없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 관계자는 “한국인 배우자가 있으면, 일단 출국했다가 정식 절차를 밟아 다시 입국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웃에서 후세인 부부를 지켜봐 온 임아무개(55)씨는 “후세인이 강제출국을 당하면 김씨 혼자 어찌 아이를 낳을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인도적 조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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