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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타협 그후 1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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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 ‘쌍용차 대타협’ 그후 1년 ② 사라진 대타협
파업 참가 노동자 징계 해고 계속…간부에겐 손해배상 소송
2009년 여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장문을 걸어 잠근 채 파업을 벌였다.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옥쇄파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들은 금융위기가 촉발한 기업구조조정의 칼바람에 희생된 노동자들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77일을 버틴 파업은 지난해 8월6일 극적인 ‘노사 대타협’으로 끝났다. 공장 안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던 976명의 노동자는 끊임없는 설득과 공권력의 투입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노동자들의 몸부림을 멈추게 한 ‘노사 대타협 합의문’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아니면 옥쇄 파업의 구호대로 “해고는 살인”이었을까? <하니TV>가 쌍용자동차 ‘노사 대타협 1년’을 추적해 보았다. <편집자주>
지난해 8월 6일 쌍용자동차 ‘노사 합의문’은 노사 합의 당시까지 농성을 벌이고 있던 976명 가운데 48%인 468명을 무급 휴직 등의 형태로 고용을 유지하고 나머지 52%를 정리해고하는 것이 뼈대였다. 이 외에도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등 10 여개의 합의 사항이 더 있었다.
1)‘살려주기로’ 했던 48%는?
쌍용자동차는 이른바 ‘산자들’ 가운데에서도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를 상대로 징계 해고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회사 징계위원회는 77일 파업기간 동안 끝까지 남았던 34명을 징계 해고했다. 지난 7월 28일에도 회사는 경찰 조사 결과를 근거로 파업에 적극 가담한 14명에 대한 추가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위원회는 앞으로도 계속 열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노사 대타협을 거치며 추가로 살아남은 468명 가운데 해고자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해고자 원상연(39)씨는 “6월 초 열린 지방노동위원회에 출석했는데, 회사 관계자가 노동 담당관에게 ‘반성하는 정도에 따라 징계수위를 다르게 한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파업을 반성해야만 해고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주노총 쌍용자동차지부는 “회사가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계속 해고시키고 있다”며 “‘48:52’ 약속은 무너진 지 오래다”고 주장했다.
2)해고자들 두 번 죽이는 손해배상 소송 ‘대타협’ 당시 쌍용차 노사는 일반 조합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했다. 실제 회사는 대타협 이후 일반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취하했다. 하지만, 조합 간부 65명에 대해 25억원 규모의 채권을 가압류 하고, 한상균 전 지부장 등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1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퇴직금과 집 등을 가압류당한 해고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총 쌍용차지부가 “파업에 적극 가담한 노동자들만 골라 보복성 소송을 계속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반면 회사 쪽은 “일반 조합원에 대한 소송은 취하했기 때문에 약속은 지켰다”고 반박했다. 3)‘1년 무급 휴직’ 복귀는 언제쯤? 현재 노조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1년 무급 휴직자의 복귀 여부다. 노사는 무급 휴직자에 대해 1년 경과 후 복귀시킨다고 합의했다. 합의대로라면 오는 6일 457명 전원이 복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질 것 같지 않다. 쌍용자동차가 “아직 생산물량이 많지 않아 휴직자들의 연내 복귀가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협상에 직접 참여한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은 “‘1년’이라고 합의문에 못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협상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4)취업알선,생계안정 조치 하나도 없었다 회사는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에 대해 취업알선, 직업훈련, 생계안정 등 필요한 조치를 적극 추진하기로 노조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지난 1년간 회사가 직접 취한 조처는 전혀 없었다. 취재진과 만난 무급휴직자들은 “회사 쪽이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며 전화만 할 뿐 생계를 위한 지원은 조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사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뚜렷한 지원은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5)비정규직 우롱한 취업 알선 노사는 해고당한 사내 하도급업체 인력을 회사 내 업체에 재취업을 ‘알선’하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지난 1년간 쌍용자동차 내 업체에 재취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롱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0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소속 해고 노동자들은 차례로 쌍용자동차 내 하도급 업체와 채용 면접을 가졌다. 그러나 단 한명도 채용되지 않았다. ‘알선’ 약속은 ‘면담’에 그치고 말았다. 면접에 참여한 유재선씨는 면접과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면접을 한 업체에서) 쌍용차가 면접을 보라니까 할 수 없이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일이 힘든데 견딜 수 있겠느냐’, ‘손가락 하나 잘리는 건 기본이다’며 웬만하면 취업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그 후 회사에서는 연락도 없었습니다.” 서맹섭 비정규지회장은 지난해 12월 쌍용자동차 인사팀 류재완 상무를 만나 ‘노사 합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서 지회장은 류 상무로부터 “‘강성 노조원은 절대 취업시킬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쌍용자동차는 “면접 결과 성실한 근무 의지가 없어서 해당 업체가 취업을 거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8·6 대타협 1년’을 맞는 해고자들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다. 해고자 신동기(33)씨는 “할 수만 있다면 이민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희망을 잃었다”는 신씨는 “8·6 노사 합의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에는 대타협 했다고 실컷 선전해놓고 지난 1년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만 했어요. 합의가 해고만 정당화시키는 꼴이 된 겁니다. 이렇게 약속이 안 지켜지는 나라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가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법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황인석 민주노총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8·6 합의’는 국민과 함께 한 약속이었다”며 “즉각 약속을 이행하라”고 회사 쪽에 촉구했다. 희망은 있을까? 민주노총 쌍용자동차 지부는 정리해고자 160여명과 함께 복귀 투쟁을 벌이고 있다. ‘8·6 노사합의서’에는 ‘신규 인력 소요가 발생하면 정리해고자들을 공평하게 채용한다’고 되어 있다. 이들에게 희망은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회사를 상대로 한 협상의 주체부터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 현재 쌍용자동차에는 노조가 둘이다. 회사 안 노조와 회사 밖 노조. ‘회사 안 노조’는 지난해 9월 김규한 위원장을 대표로 선출해 새로 설립한 노조다. 그러나 ‘회사 안 노조’는 ‘8·6 합의’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김규한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8·6 합의는 참고사항일 뿐 승계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회사 밖 노조’는 해고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대화의 상대로 ‘회사 안 노조’만 인정하고 있다. 해고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각 국면에서 재고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쌍용차 지부는 현재의 쌍용자동차 생산량이 10% 정도만 늘어도 600여명의 해고자 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쌍용차 지부의 한 관계자는 “쌍용자동차의 6월 생산목표달성률이 80%에 불과했는데 인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고용을 늘리는 것은 회사의 의지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추가 인력 수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해고자들에게 평택시의 태도는 위안거리다. 김선기 평택시장은 지난달 29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들과 함께 다시 한번 해고자 복귀를 위한 중재단을 꾸려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권영길 의원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국회의원 중재단이 쌍용차 노-사 대타협 선언을 도왔던 것을 상기하면 꽤 의미 있는 약속이다. 지난해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협상 중재단으로 활동했던 권영길 의원은“노동자들이 속았다는 판단을 하지 않도록 쌍용자동차가 ‘노사 합의문’을 지키고 신규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해고자들을 우선적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 글·영상 허재현 기자 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 [한큐] ‘쌍용차 대타협’ 그후 1년(30분 풀버전) ■ 정신병에 자살까지 내몰려…“해고는 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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