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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신임 인사를 하러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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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무파업 감사” “이제 자주 봤으면”
관계개선 물꼬 트나 ‘주목’
“민주노총 가면 달걀 세례라도 받을 줄 알았는데, 이거 의외인데요.”
박재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김영훈 위원장을 만난 뒤 한 노동부 간부가 한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박 장관이 위원장실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은 환한 웃음으로 박 장관을 맞았다. 박 장관이 “완성차 업체의 무파업에 애쓴 민주노총과 위원장께 감사한다”고 운을 떼자 김 위원장은 “노사 자율협상이 원칙인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해서 문제”라면서도 “그동안 정부와 민주노총이 불통의 관계였지만 (민주노총) 사무실이 청와대 근처로 왔으니 이제 자주 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부와 노동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유급 노조활동시간(타임오프) 한도 제도, 간접고용에 의한 대기업 사내 하청 문제, 거짓으로 드러난 ‘100만 해고대란설’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또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국제 노동단체 대표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장관은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만남을 두고 노동부 안팎에선 그동안 정부가 ‘민주노총 배제’라는 태도를 견지해온 것에 비춰 뜻밖의 무난한 만남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박 장관에게 조만간 답방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다만 박 장관이 건물을 나설 때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등 10여명이 ‘노동관계 파탄내는 노동부는 물러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날 민주노총 방문에 앞서 정부 여당과 끈끈한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 본부를 찾았지만 분위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건물 입구에서는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조합원 20여명이 ‘앞에서는 자율교섭, 뒤로는 전임자 축소 강요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한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박 장관을 먼저 맞았다.
이들은 박 장관과 장석춘 위원장이 만나는 동안에도 복도를 점거한 채 “장관이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장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공개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한번도 웃음을 띠지 않는 등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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