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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14 21:19 수정 : 2010.09.17 10:53

건설업종 체불임금 발생 현황

올해 체불 사업장 17곳중 2곳만 해결
건설노조 “일한지 평균 33일뒤 받아”
원청업체들은 “우린 책임없다” 외면

덤프트럭 기사 이아무개(47)씨는 14일 운전대를 놓은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서울 강남구에 있는 ㅇ건설 사무실을 점거하고 이틀째 농성을 벌였다. 그가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고 신문지를 덮고 자면서도 동료 노동자 17명과 함께 남의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밀린 임금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3∼5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짓는 임대아파트 토목 현장에서 하루 38만원을 받기로 하고 16일가량 일했다. 그래봐야 18만원을 넘나드는 기름값에다 보험료, 통행료, 각종 수리비까지 감안하면 일당으로 10만원을 건지기도 녹록찮다. 그런데 원청 시공회사인 ㅇ건설의 하청을 맡아 이씨를 직접 부린 ㅌ건설이 밀린 임금 600여만원을 주지도 않고 7월께 회사 문을 닫아버렸다. 이씨를 비롯해 현장에서 함께 일한 덤프트럭과 굴삭기 노동자 28명이 받아야 할 임금은 모두 2670만원에 이른다.

이들은 “원청회사라도 밀린 임금을 책임지라”고 요구했지만, “책임없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왔다. 참다못한 노동자 18명은 원청회사 사무실 점거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청업체가 임금을 체불할 경우, 원청회사가 대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씨가 덤프트럭 운전대를 처음 잡은 건 20년 전이다. 그러다 1997년 구제금융 사태 때 임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나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트럭을 할부로 살 때 담보로 잡힌 집은 할부금이 연체되자 결국 경매에 넘어갔다. 12년 넘게 부모와 아내, 남동생을 먹여살리면서도 열심히 일한 덕에 지난달 드디어 신용불량자 신세를 면했다. 새출발을 하려는 참에 임금 체불이 다시 발목을 잡으려 하자 이씨도 난생 처음 점거농성이라는 걸 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얼마 전에 산 중고 트럭 할부료(1달에 100만원)에다 주유소와 자동차공업사에 줘야 할 돈도 밀렸다”며 “다른 현장에서 받을 임금도 100만∼200만원씩 밀려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추석을 제대로 쇨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전국건설노조 북부건설기계지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들어 사업장 17곳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했는데 현재까지 해결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노조는 14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04개 사업장의 이른바 ‘쓰메끼리’(건설 현장에서 한두 달씩 임금 지급을 미루는 관행)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건설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일한 지 33일 뒤에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지역이 43일로 가장 길었고, 심한 곳은 임금 지급 유보 기간이 2달이나 됐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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