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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11.01 20:37 수정 : 2010.11.02 09:13

파업 138일째…노조 양보안에도 교섭요구 외면
직장폐쇄·해고 강행…농성장 음식 반입도 막아

김준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장이 분신한 경북 구미시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 케이이시(KEC) 공장에서 농성을 하던 노조원 9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파업 138일째, 공장 점거 농성 12일째를 맞은 1일 오후 공장을 빠져나왔다. 9일 동안 점거농성에 참가했던 ㅈ(36)씨는 “먹을거리가 부족한데다 반도체 공장이라 바깥 공기와 차단돼 있어 두통이 심해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노조원 40여명은 이날 식량 공급조차 받지 못한 채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협상을 외면한 채 ‘노조 무시’로 일관해온 회사 쪽 태도가, 케이이시 노동자들이 일터를 점거하고 또 스스로 몸에 불을 지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3월부터 계속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조 전임자 수와 회사 경영권 관여 문제 등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이 회사 노조인 금속노조 케이이시지회는 지난 6월2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회사는 같은달 30일 새벽 용역업체 경비원 400여명을 동원해 여성 기숙사에 있던 노조원들을 끌어낸 뒤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는 대체인력과 새 사원 100여명을 뽑아 공장을 가동하면서 노조 간부들을 해고하거나 직위해제했다. 그러고는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의 교섭 요구를 외면했다.

노조가 지난달 초 노조 전임자 수 등과 관련한 회사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사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월21일 노조원 200여명이 구미1공장을 점거했고, 지난달 30일 케이이시 노조원인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경찰의 기습적 체포 시도에 저항하다 분신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리한 검거작전이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거농성이 12일째 접어들면서 먹을거리가 바닥났지만, 회사 쪽은 ‘공장 점거가 장기화하는 걸 막으려면 음식물을 공장으로 들여보낼 수 없다’는 태도다. 금속노조 쪽은 “9월 비공개 교섭 자리에서 회사는 ‘식당·자재·출하 등 부서의 분사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꺼냈다”며 “경주 발레오만도 노조를 깼던 노조 파괴 전문 업체를 끌어들여 노조를 무력화한 뒤 분사와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덕영 케이이시 관리부장은 “노조가 회사 안을 수용한다는 공문을 받은 뒤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조합원 징계 철회와 손해배상 청구, 고소·고발 철회를 조건으로 걸어 교섭이 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23명을 해고하고 85명을 직위해제했다. 또 39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3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구미/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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